“환불불가” 글로벌·항공 예약대행 사이트, 소비자 피해 주의보

아고다·부킹닷컴·트립닷컴, 소비자 불만↑ 환불 거부·과다 수수료 요구 등 문제

2020-06-25     취재기자 신예진

지난 1월 터키로 가족 여행을 떠난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A 씨는 여행 전 한국에서 23일 일정으로 터키 이스탄불의 호텔 룸 2개를 예약하고, 32만 원을 결제했다. 그러나 여행 당일, 호텔 측은 방이 하나만 예약된 상태라고 알렸다. 예약대행 사이트 측이 예약을 누락했던 것. 방이 모자란 탓에 A 씨는 어쩔 수 없이 현장에서 숙박료를 다시 지불했고, 귀국 후 예약대행 업체 측에 중복 결제한 숙박료 환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는 정당한 이유없이 환불을 거부했다.

B 씨는 예약대행업체의 잠적으로 94만 원을 날린 경험이 있다. B 씨는 지난해 글로벌 숙박 예약대행 사이트를 통해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리조트를 예약하고 약 94만 원을 결제했다. 두 달 후, 업체는 일방적으로 B 씨의 예약을 취소했다. 업체는 대신 숙박료에 상응하는 금액의 바우처를 B 씨에게 제공했다. 그러나 다음 달 업체는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B 씨의 바우처 역시 무용지물이 됐다.

이처럼 해외에 본사를 둔 글로벌 숙박·항공 업체를 이용하다 피해를 입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최근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보다 직접 항공, 숙박, 현지일정 등 여행 전반을 준비하는, 일명 자유여행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탓이다.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사이트 관련 피해 급증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소비자 피해는 2017394건이었던 것이 20181324건으로 급증했다. 2019년은 5월 기준 306건에 달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더 많은 피해 소비자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 불만은 주로 취소·환급 지연 및 거부’(73.0%) 등이 이유였다. 특히 환급불가상품을 예약한 후 개인사정에 따른 일정 변경 시 과다한 수수료가 부과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또 예약 취소 시 환급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었다.

더불어 소비자 피해는 특정 업체에서 주로 발생했다. ▲아고다(싱가포르) ▲부킹닷컴(네덜란드) ▲트립닷컴(중국) ▲고투게이트(스웨덴) ▲트래블제니오(스페인) 5곳이다. 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불만이 전체의 80.6%를 차지했다.

특히 고투게이트와 부킹닷컴에 대한 불만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고투게이트는 묵묵부답 모드로 소비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예약 후 변동 사항에 대해 이메일 등으로 연락해도 전혀 답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 소비자원의 해명 요청에도 응하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부킹닷컴은 과한 수수료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환급불가 조건의 상품에 대해 투숙예정일이 수개월 남은 시점에도 숙박료 전액을 최소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는 것. 소비자의 수수료 조정 요구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편 소비자원은 예약대행 업체를 통한 소비자 피해 예방 방법을 제시했다. ▲예약대행사의 환급·보상 기준을 정확히 확인한 후 예약할 것 ▲결제 시스템 문제로 중복 결제가 발생할 경우 예약대행 사업자에게 신속히 해결을 요청할 것 ▲사업자 연락 두절 및 사이트 폐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증거자료를 모야 신용카드사에 차지백 서비스를 제공할 것 등이다. 차지백 서비스는 신용카드사에 이미 승인된 거래를 취소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원은 글로벌 숙박·항공 예약대행 업체들은 대부분 해외 사업자들로 소비자피해 발생 시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소비자 이용에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