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압수로 별건 수사 용납 못한다”, 사법부 제동 잇따라

"혐의와 무관한 포괄적 압수수색 위법" 확인 권성동 이어 방위사업체 직원들도 ‘무죄’

2019-06-28     편집국

법원이 최근 수사기관의 별건수사 관행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위법수집증거 배제원칙에 따라, 이른 바, 별건 압수에 따른 별건 수사를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선언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장 차문호)27일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방위사업체 직원 6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도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지법은 지난 24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문제의 사건은 20133월 국방부 기무사령부가 한 방위사업체 직원 A씨의 특정사업 군사기밀 유출 제보를 받으면서 불거졌다. 기무사는 20159월 그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기무사는 A씨의 군 기밀 누설 혐의와 관련 없는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까지 모조리 압수했다. 해당 업체는 군에 방산물자를 조달하면서 2급 기밀을 취급하던 터였다. 당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없는 별건 압수였다. 혐의와 상관있는 자료만 압수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법원은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외장하드나 서류철 등에 대한 포괄적인 압수를 해 별건 수사에 활용했다고 보고, 해당 압수물은 물론 그에 따라 확보한 2차 증거의 증거능력도 모두 배제했다.

 

재판부는 "영장집행은 혐의사실이나 압수수색 대상인 'Y사업' 관련 문건이 아닌 '다른 방산물자 소요량 관련 다수 문건'까지 압수한 것이므로 압수대상을 벗어난 압수로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법원은 이같은 수사를 통해 기소된 직원 6명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하여 가져간 다음 장기 보관하면서 이를 활용하여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른 바, 독수독과(毒樹毒果, 독이 있는 나무(과정)를 통해 열린 열매(결과)에도 독이 있다) 원칙을 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다. 권성동 의원의 1심 판결문도 위법수집증거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점을 판시했다. 특정인이나 기업에 대해 수사기관이 관행처럼 벌여온 별건 압수수색을 이제 허용하지 않겠다고 법원이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칙과 관련, 최근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검찰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입장을 밝히면사 사과한 부분도 내부의 비판까지 받고 있다. 문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관련해 "과거 검찰 수사가 부끄럽다"고 말한 부분이다. 일부 검사들은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발언이라며, "그렇다면 과거에 표적수사, 별건수사를 했어야 했다는 말이냐"고 비판한 것이다. 당초 성범죄 논란으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성범죄에 한해서만 조사를 하는 게 맞지 다른 혐의를 적용해 별건 수사를 했어야 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