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첫 걸음 어르신들 ‘우리말 겨루기' 한마당
해운대구, 할머니 할아버지 49분 모시고 한글 및 상식 퀴즈 대결
2015-11-16 취재기자 이하림
최근 한글을 막 배우기 시작한 어르신들이 그동안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자리가 부산 해운대에 마련됐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 13일 오전 재송1동 주민센터 대회의실에서 ‘어르신 우리말 겨루기 한마당’을 개최했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이 행사는 ‘해운대 평생학습 & 주민자치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관내 성인문해 교육기관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 49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반송복지관 어르신 사랑방 합창동아리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송경점(74), 신덕임(75), 손말이(76) 어르신이 각자 자신의 인생사가 깃든 자작시 낭송으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적셨다.
본격적인 우리말 겨루기 대회가 진행되자, 어르신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출제 문제는 한글 단어를 비롯해 해운대 관련 상식으로 이뤄졌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어르신들은 답을 한 자 한 자 정성껏 써내려갔다. 정답이 발표되자, 환호와 안타까운 탄식이 교차했다.
기관별로 한 명씩 모두 7명이 한글 실력을 겨룬 결선은 5개 문제의 정답을 먼저 맞힌 어르신이 1등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세종대왕상은 운봉 복지관 소속 최둘임(75) 씨, 훈민정음상은 파랑새 복지관 소속 전정임(73) 씨와 반송복지관 소속 김병연(73) 씨, 한글사랑상은 반여복지관 소속 박연옥(75) 씨와 해운대복지관 소속 문영금(63) 씨에게 각각 돌아갔다. 시상식은 14일 대천공원에서 열리는 ‘제13회 해운대구 평생학습&주민자치 축제’ 무대에서 마련됐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우리 어르신 세대는 가족들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느라 정작 본인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어르신들의 학업열을 응원하고, 해운대구도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운대구는 어르신들의 한글 습득을 위해 2006년부터 부산여성회와 관내 6개 복지관에 보조금을 지원,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