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의 사진이야기]83년 해운대
시간여행 12
2019-07-25 사진가 문진우
작가의 말
해변에 비가 내린다. 그해 6월의 풍경이니 장마기간일 것이다. 태풍전야 같은 느낌 속에도 낭만이 묻어 있다. 80년대다. 혼돈의 시대, 청춘들이 제각기 우산 속에서 바다를 응시한다. 백사장을 걷는다.
뒤로는 달맞이언덕이 보인다. 지금의 달맞이언덕은 봄이면 벚꽃을 보기위한 상춘객들로 붐비고, 해가 질 때면 해운대의 석양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산책로인 ‘문탠로드’가 있고 멋진 카페들이 즐비한 곳이다.
이때만 해도 개발되지 않은 시골 뒷동산처럼 풀밭언덕이다. 자연의 느낌을 품곤 있지만 개발의 서막이 얼핏 드러나기 시작한다. 언덕배기 정상에 AID차관을 들여 지은 AID아파트가 덩그러니 서 있다.
아래로 당시 나름 고급스럽게 지어진 저층의 연립주택들이 보인다. 사진 속 왼쪽 큰 건물은 한국콘도이다. 해운대 바닷가에 지어진 콘도미니엄 이었으니 당시 그 인기는 대단했었다. 지금 이 자리엔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라는 오명을 쓴 엘시티 건설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세상의 풍경은 바뀌기 마련이다. 옛 풍경의 추억에만 묻혀서 살 수는 없다. 개발은 해야 한다. 하지만 속도전이 아니라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하고, 나아가 환경과 미래를 위한 개발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