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불법 주차 천국...운전자, 보행자들 '아우성'

시민의식 실종, 단속 부재...좁은 골목에 차 세워놓고 연락처 안 남기기도

2015-11-24     취재기자 한유선
최근 이은영(4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이른 아침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출근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좁은 골목길에 세워진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오도 가도 못 할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 승용차에는 연락처조차 남겨져 있지 않았다. 이 씨는 어렵사리 후진해 다른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씨는 “신고를 해서 차를 견인시키고 싶었지만 바빠서 그럴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좁은 골목길이 많아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경성대 인근만 잠시 걸어 봐도 좁은 길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들과 그 차들을 피해서 힘겹게 빠져나가는 차량이 많이 발견된다. 경성대 재학 중인 윤영한(25) 씨는 “학교를 올라오는 길에 주차된 차량이 너무 많아서 보행하기도 힘들 정도”라며 “좁은 도로에 차량이 주정차되어 있어서 등하교시에 차에 부딪힐까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불법 주정차는 보행자뿐 만이 아니라 운전자들에게도 많은 피해를 주기 일쑤다. 자가 운전자 박강해(37, 부산시 수영구) 씨는 “좁은 골목길 입구에 불법 주차를 한 차량 때문에 갑자기 튀어나온 자전거를 발견하지 못해 부딪힐 뻔한 적이 많다”며 불법 주차 차량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는 꼬리 물기(23.08%)를 제치고 운전자들이 생각하는 교통정체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혔다.

시민들은 이러한 불법 주정차의 문제점을 주차 공급 정책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주차 공간이 있는 경우에도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법 주차를 하는 이유 중 1위를 주차 요금이 비싸서(36.4%)가 차지했고, 이어서 주차장이 없어서(33.3%)가 2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 주차장이 너무 멀리 있어서(11.9%), 싼 주차요금이지만 주차요금이 아까워서(8.8%), 귀찮아서(6.5%), 단속에 걸릴 확률이 낮아서(3.1%)가 순위를 차지했다. 실질적인 불법 주차의 원인은 주차 공간의 문제가 아닌 주차 문화에 대한 시민의식의 문제인 것이다.
경성대 근처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 강선지(20) 씨는 “주차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차량을 빼기 힘들다는 이유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에 불법 주차한 차량 때문에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다”고 말했다. 평소 집 앞 불법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박강해(37, 부산시 수영구) 씨는 “사람들이 불법 주차가 범죄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불법 주차로 단속되면 오히려 화를 내거나 운이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문제가 야기 되는 것 같다”며 주차 문화에 대한 시민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산 남구청 교통과에 따르면, 올해 남구에서만 불법주차 단속에 걸린 차량만 6만 5,000여 대가 된다. 남구청에서는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주차 단속 차량 한 대가 두 차례 남구 전역을 단속하고, 주말에는 주차 단속 차량을 두 대로 나누어서 남구 전역을 단속한다. 부산 남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면 단속 공무원이 나가지만, 단속 공무원이 사라지면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을 근절시키기가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