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의 사진이야기]85년 해운대
시간여행 13
2019-08-01 사진가 문진우
작가의 말
80년대 해운대해수욕장의 모습이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덜 세련됐고 어색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해수욕장 나들이를 하신 모양이다. 할머니들은 양산을 쓰고 백사장에 앉아 있다. 뜨거운 햇볕은 양산으로 어찌어찌 가린다지만, 한낮의 태양에 달구어진 모래밭은 많이 뜨거울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차라리 동네 어귀 나무그늘 밑에 앉아 계시는 게 훨씬 나을 법한데….
할아버지는 옷을 벗어 백사장에 두고 팬티차림으로 다니신다. 옷 보관 비용을 아끼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집에서 나설 때 아예 수영복을 속옷으로 입었다. 겉옷은 백사장에 파묻어 두거나 순번을 정해 한 명이 옷을 지키고 나머지는 물놀이를 즐겼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피서철에 해수욕장엘 가면 옷 보관, 샤워시설 이용, 튜브 대여 등을 위해서는 무조건 탈의장을 이용해야 했다. 문제는 바가지요금이었는데, 서민들한테는 만만찮은 부담이었다.
해운대에 오래 살았고 작업실이 광안리에 있는데도 바다에 들어가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색 바랜 옛날 사진 속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