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멀어도 마음만은"...장애인도 야구로 한마음

시각, 청각, 지체 장애인이 모여 야구로 소통...별난 장애인 '한마음 야구단' 이야기

2015-12-02     취재기자 이중엽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대저생태공원 야구장. 마치 프로선수처럼 유니폼을 차려 입은 사람들이 야구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어쩐지 일반적인 야구하는 장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선 공이 무척이나 크고, 3명이어야 할 외야수가 4명이며, 내야에서는 말이 아닌 손짓으로 의사소통한다. 보통 사회인 야구단이 경기하는 모습과도 분명 다르다. 이들은 바로 부산의 장애인 야구단인 '한마음 야구단'이다. 한마음 야구단은 2011년 개봉한 영화 <글러브>에 나왔던 충북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처럼 청각장애인들만 있는 야구단이 아니다. 한마음 야구단은 지체장애인, 정신장애인, 시각장애인 등 여러 가지 장애를 가진 장애인들이 모인 별난 야구단이다. 한마음 야구단은 2009년 11월에 정식으로 창단됐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야구를 통해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부여하고, 단체 클럽활동을 하게 해서 장애인 상호간의 협동심, 사회적응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 서포터즈를 포함해 20여 명으로 이뤄진 한마음 야구단은 원래 2002년부터 매년 장애인 소프트볼 경기대회에 부산시 장애인체육회 소속으로 참여한 것이 시작이었으며, 현재는 부산시설공단 한마음스포츠센터 소속 소프트볼야구단으로 '한마음 야구단'이 정식 명칭이다. 창단 당시, 한마음 야구단의 발목을 잡은 것은 운동장 수급이었다. 전용 야구장은 고사하고 안정적으로 운동을 할 운동장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야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은 죄다 일반 사회인 야구단에서 계약을 해둔 상황이라, 비싼 돈을 들이지 않는 이상은 대여가 힘들었다. 그래서 이들은 해운대구 좌동에 위치한 한마음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매월 2회 부산시 강서구에 위치한 대저생태공원 야구장을 대여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여기서 훈련과 시합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마음 야구단은 여성 야구단이나 중학생 소프트볼팀과 친선경기를 하고 있다. 또한 매년 11월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장애인 야구 대회에 참석하는데, 올해 역시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장애인 야구는 일반 야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라운드가 작다. 리틀 야구장 규격의 야구장에서 경기를 진행한다. 또한 그라운드에 서는 선수가 총 10명이다. 일반적으로 부담해야 할 수비범위가 넓은 외야에 한 명을 더 배치하는 식이다. 도루가 없으며, 일반 야구에서 주자가 주루 플레이를 위해 하는 리드가 없다. 만일 다리가 불편한 선수가 있다면 타격 직후 대주자가 대신 1루까지 질주한다. 한마음 야구단 감독이자 한마음체육센터에서 장애인 체육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문명흠(42) 씨는 “아무래도 장애인이다 보니, 진짜 야구랑 똑같이는 못하고 룰을 수정해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이 야구를 하다보니, 경기 때는 몇 가지 애로사항이 따른다. 상대방의 타구가 나왔을 때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령 청각 장애인 선수는 플라이볼 타구가 나왔을 때 콜 플레이가 안돼서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실력은 어쩔 수 없지만 열정은 하늘을 찌른다. 한마음 야구단에서 3년째 외야수로 뛰고 있는 지체장애 3급 배중한(20, 부산시 해운대구, 지체장애 3급) 씨는 “처음엔 ‘안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야구를 하다보니 야구할 때는 내가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한마음 야구단의 코치를 맡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출신 김종희(44) 씨는 “(한마음 야구단은) 웬만한 사회인 야구선수보다 더 열심히 한다”며 “일반 선수였으면 포기했을 수도 있을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고 말했다. 11월에 있을 일본 대회를 위해 연습을 끊이지 않는 한마음 야구단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파이팅을 외쳤다. 그들은 파이팅을 외치면서 ‘한마음’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