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설치 때 '남성 역차별'기준 없앤다
대·소변기의 최소 개수 기준 지자체 자율로 운영
2020-09-11 취재기자 배수진
공중화장실 남녀칸을 설치할 때 정해져있던 대·소변기의 최소 개수 기준이 사라졌다. 해당 공중화장실을 각 지자체에서 조례를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확대했다.
1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 개정안을 새로 시행 중이다. 시행령 별표에 규정된 ‘공중화장실 등의 설치기준’에 있던 남녀 화장실 대·소변기의 최소 개수와 면적, 칸막이 규격 기준이 없어지고 지자체가 각 공중화장실의 여건에 따라 자체적으로 조례를 정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삭제된 규정은 대·소변기 최소 개수 기준이다.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가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를 합한 수 이상이어야 할 경우 대변기는 7개(남자용 2개, 여자용 5개) 이상, 소변기는 3개 이상을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또 여성화장실 대변기 수가 남성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1.5배 이상이어야 할 경우에는 대변기가 10개(남자용 2개, 여자용 8개) 이상, 소변기는 3개 이상 설치해야 했다.
이 규정이 사라지면서 앞으로는 남녀 화장실의 최소 대·소변기 개수와 관계없이 공중화장실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많이 이용하는 공중화장실이라면 지자체와 협의해 소변기 개수를 더 늘려 설치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그간 문제로 지적돼왔던 성별에 따른 대·소변기의 비율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공중화장실법 제7조 제1항에 따르면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돼야 한다. 또 1000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하는 공연장, 야외극장, 공원·유원지 등에는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가 남성화장실 대·소변기 수의 1.5배 이상이어야 한다.
이 조항 탓에 남성화장실에 소변기를 더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도 소변기를 더 설치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여성만 지나치게 배려하는 법 때문에 오히려 남성이 피해를 보는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지자체에서 조례를 정하거나 건물주가 적극적으로 지자체와 얘기하면 현장 상황에 맞게 설치가 가능했다”며 “다만 이번 개정을 통해 새로운 건물을 지을 때 지자체가 현실에 맞는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이 확대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행안부는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현장에 나타날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용역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있다. 지자체에 자율성이 더 많이 부여된 만큼 지자체가 조례를 지정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차원이다. 이 관계자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다른 부처와 논의해서 매뉴얼을 만들어 지자체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