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의 사진이야기]83년 을숙도

시간여행 20

2019-09-19     사진가 문진우
사진가

작가의 말

가을이 오면 열병처럼 찾아드는 추억이 있다. 갈대가 춤을 추는 을숙도에 대한 추억이다.  을숙도는 태백의 황지에서 시작된 작은 물길이 팔 백리를 굽이쳐 내려오면서 실어온 모래가 퇴적되어 이뤄진 섬이다. ‘새(乙)가 많이 살고 물이 맑은(淑) 섬’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겨울이 되면 북으로부터 날아든 철새들의 휴양지가 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을숙도의 매력은 멋진 갈대밭이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과 그 사이로 흐르는 작은 물길들과 물길을 건널 수 있도록 만든 나무다리 그리고 띄엄띄엄 자리한 작고 낡은 집들의 풍경은 영화나 소설 속에 많이 등장 했었다. 사진작가들에겐 멋진 풍경사진의 대상이 되었고 갈대 숲길은 청춘들에겐 낭만적인 데이트 코스였다. 며칠 전부터 하늘이 유난히 맑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 가을이 묻어있다. 오늘은 을숙도의 갈대밭이 유난히 생각나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