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이후 주목 받는 옥상 출입문 개폐 논란
지난 9월 1일, 부산시 수영구 다세대 주택에서 불이 나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한 주민은 화재 사실을 발견하고 재빨리 옥상으로 올라가 대피하려 했지만, 옥상 출입문이 잠겨있어 대피하지 못하고 결국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다.
나는 이 사건을 듣고 내가 지금 당장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문은 열려있는지 잠겨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파트의 맨 위층으로 올라가 옥상문을 열려고 시도해봤다. 하지만 옥상문은 당연하다는 듯이 꼭 잠겨있었다.
건축법에 따르면, 건물 옥상에는 피난 안전 구역이 마련돼야 하고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옥상 문은 잠글 수 없다. 하지만 투신자살, 범죄 등의 문제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건물 옥상문은 잠겨있다.
한편, 최근 본 영화 <엑시트>에서도 옥상문이 재난 상황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영화 <엑시트>에서는 가스 유출 사고라는 재난 상황에서 주인공과 그 가족들이 가스를 피해 옥상으로 대피하려 했다. 하지만 옥상문이 잠겨있어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고 힘들게 옆 건물로 넘어 가봤으나 그 건물의 옥상문 또한 잠겨있었다. 평소 안전 문제로 잠가둔 옥상문 때문에 다른 재난이 일어났을 때 대피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혹시나 일어날 재난 대피를 위해 누구나 쉽게 옥상 문을 열 수 있도록 옥상문을 개방해두는 것에도 큰 위험이 따른다. 일반적인 우려대로 옥상은 투신자살, 학교폭력, 범죄 등의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옥상문을 아무도 열지 못하게 잠그거나, 혹은 누구나 열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보다 옥상문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면, 평소엔 옥상문이 잠겨있지만 화재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옥상문이 자동으로 열려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옥상을 개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들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건물이 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옥상은 화재 등의 재난이 일어났을 때 피난하기 가장 좋은 장소다. 그런 안전한 장소를 잠가둔다는 것은 비상 탈출구를 막아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옥상은 출입금지 구역이 아니라 안전을 위한 비상 탈출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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