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종이박스·자율포장 없앤다... 소비자 불만 폭주
11월부터 종이 박스 유상 구매·장바구니 대여... 소비자, “재활용 박스가 무슨 문제냐?”
대형마트에서 곧 종이 박스와 자율 포장대를 없애기로 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29일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농협하나로마트 등 4개 대형마트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협약’을 했다. 이 협약은 대형마트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종이 상자와 포장용 테이프, 끈 등을 치우는 것이다. 포장 테이프와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여, 장바구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2~3개월 홍보 기간을 거쳐 자율 포장대와 종이 상자를 없앨 방침이다. 당장 종이 상자를 없애 버리면 소비자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신 소비자가 원하면 종이 상자를 유상으로 살 수 있게 하거나, 장바구니를 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상자를 없앤다는 것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종이 상자를 장바구니로 대체할 때 예상되는 환경보호 효과를 구체적으로 체감하기 어렵고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환경부의 정책에 대해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부산 소재 롯데마트에서 물건을 포장하고 있던 주부 전수빈(40, 부산 기장군) 씨는 “박스를 왜 못 쓰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장 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라고 환경부의 정책을 꼬집었다. 이어 전 씨는 “환경을 생각하면 박스는 재활용도 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나 싶다”고 말했다.
4인 가족의 경우 한 번씩 마트를 이용하면 큰 종이 상자 2개 분량을 구입하는데 이를 모두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겠느냐는 주부들의 의견도 나온다. 해운대구 주민 이은영(49) 씨는 “장바구니 2개를 드는 것보다 큰 상자에 담아서 가는 것이 부담이 덜 된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이마트에서 종종 장을 보는 김민성(23) 씨는 종이상자 유상 구매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김 씨는 “박스를 돈 주고 사서 재활용까지 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구매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폐지를 수거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에게도 이 정책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측은 “일단 2~3개월 홍보 기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어떤 불편이 있는지 확인하며 의견을 들을 것이다”며 “이번 협약은 마트들과의 자발적인 협약이기 때문에 체결이 깨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조금만 바꾸면 불필요한 폐기물을 만들지 않을 수 있다”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협약을 계기로 소비자들도 환경보전과 자원순환사회 구현을 위해 적극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