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등 TV ‘집방’시대 편승하는 얌체 인테리어 시공업체 기승

추가 비용 요구하거나 견적과 다른 싸구려 재료 쓰는 업체 다수 전문가들, “지인에게 업체 추천받거나 견적 비교하는 게 중요”

2019-09-27     취재기자 노한솔
부실공사로

가족과 함께 이사 갈 꿈에 부풀어 있던 주부 김모(43, 부산시 남구) 씨는 좌절하고 말았다. 새 집 인테리어가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공업체는 원래 계약했던 것과 달리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공사 기간을 억지로 늘리고 추가로 돈을 요구했고, 김 씨는 이에 반발했다. 결국 서로 다투다가 원래 계약한 공사비용만 주고 완공이 안된 상태에서 업자를 겨우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먼저 살던 집을 계약 만료로 비워줘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인테리어가 덜 된 새 집으로 이사 와서 살게 됐다. 김 씨는 “바닥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집에서도 텐트를 치고 지내고 있다. 집에 가고 싶지 않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수년 간 먹방, 쿡방 TV프로그램이 왁자지껄 안방을 점령하더니, 요새는 MBC의 <구해줘 홈즈>, EBS의 <건축탐구, 집>, TV조선의 <이사야사> 등 스타들의 집이나 그 인테리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JTBC의 <헌집 줄게 새집 다오>, tvN의 <내방의 품격>, <렛미홈> 등의 유사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소위 ‘집방’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러나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틈타서 기승을 부리는 얌체 인테리어 업자들 주의보가 떴다.

인테리어 업체와 집 주인 사이의 공방은 비단 김 씨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인테리어 피해 상담건수는 4000건에 이른다. 피해구제건수는 2016년 180건에서 2018년 232건으로 28% 증가했으며, 올해 7월까지도 156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서 배우 윤상현 가수 메이비 부부가 인테리어 부실시공으로 곤란을 겪은 사례가 소개되기도 했다.

김 씨의 상황처럼 계약금 이외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사례는 또 있다. 경기열무(andr***)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네티즌도 인테리어 업자에게 사기를 당했다. 그는 한 인테리어 관련 소개 카페에서 인테리어 업자를 찾았다. 그리고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공사금의 90% 이상을 줬는데도 불구하고, 인테리어 업자는 재료비가 모자란다며 돈을 더 안 주면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해당 인테리어 업자에게 피해당한 사람이 여럿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땅을 쳤다고 한다.

계약과 달리 값싼 중국산 재료로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주부 김미라(50, 부산시 남구) 씨는 전에 리모델링했던 집이 최근 문제를 일으켰다. 김 씨는 곧 집을 수리하던 중 당시 시공한 업자가 싸구려 바닥재를 사용한 것이 문제의 원인임을 알게 됐다. 심지어 안 보이는 바닥재 밑의 마감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바닥에는 개미가 득실거렸다. 김 씨는 “리모델링을 하고 하자 기간이 지나서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없다”며 속상해 했다.

소비자원에서도 싸구려 자재를 사용해서 손해를 본 피해 사례가 있다. A 씨는 인테리어 시공이 완료되고 업자가 철수한 후 현관 바닥과 벽지, 화장실 송풍기 등의 자재가 계약내용과 다르게 싸구려가 사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A 씨는 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그 결과 인테리어 업체가 계약서와 다른 싸구려 자재를 사용한 것이 판명되어 배상을 받았다.

공사 후 하자 보수를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업체가 잠적하는 사례도 있다. 인테리어 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 ‘인테리어&건축 사기피해자 모임’에서 ‘가을전설인(jibo***)’이라는 아이디의 피해자는 인테리어 공사 후 최근 태풍 링링이 덮치면서 지붕이 들썩거려 119를 불러야 했다. 공사한 업자가 연락두절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슨 이유가 있는지 인테리어 업자가 잠적한 것 같다. 어떻게 해서든 업체를 찾아 책임을 묻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신모(40, 서울시 노원구) 씨도 인테리어 업자가 돈만 받고 잠적하는 사기를 당했다. 신 씨는 주택을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인테리어 업자를 구했다. 신 씨는 업자에게 1000만 원을 선지급한 후 공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업자는 같이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계약금을 들고 사라졌다며 중도금을 줘야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고 우겼다. 그 후로도 공사는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고, 해당 인테리어 업자는 그대로 잠적했다. 알아보니 해당 업자에게 유사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사람이 열 명이 넘었고, 피해액은 총 1억여 원에 달했다. 신 씨는 그를 고소했고, 인테리어 업자는 도박으로 공사비로 받은 돈을 탕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선고기일을 앞둔 신 씨는 “무리하게 신용 대출을 받아 공사를 마무리해 금전적인 피해가 상당하다. 정신적 고통은 말로 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인테리어 개인 사업자인 김택원(64, 부산시 동래구) 씨는 소규모 인테리어 업자들에게 공사를 맡기는 경우 한 건 하고 어디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인테리어 공사 도중 포기하거나 공사 완료 후 하자 보수 작업에 응하지 않고 도망가는 이들이 업계의 신뢰를 깬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대형 인테리어 업자가 아니라도 좋으니 믿을만한 업자를 찾는 게 최선이다. 대개는 인테리어를 성공적으로 해준 업자를 지인들로부터 소개받는 게 제일 좋다. 전에 공사해준 다른 집주인들이 나를 추천해줘서 나에게 찾아온 경우가 내 손님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인테리어 사기 피해를 당했을 경우, 한국소비자원을 통해서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구제신청을 하고 있고 실제로 구제를 받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예방을 위해 반드시 자재 및 규격 등을 상세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1500만 원 이상 공사 진행 시에는 건설 산업 지식정보 시스템을 통해 사업자의 건설업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시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인테리어 업체 선정할 때에도 가급적 등록업체를 이용하고 단순히 비용이 저렴한 사업자보다는 평판이 좋거나 문제 발생 시 소통과 접근성이 용이한 인근 사업자를 통해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성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 오선애 교수는 “인테리어는 발품을 팔아서 구체적으로 업체의 신뢰도나 실적 등을 꼼꼼하게 알아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업체를 고를 때 실내건축기사 자격증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인테리어 업체에서 공사 견적을 뽑아보고, 합리적인지 확인해야 인테리어 사기를 당하지 않을 수 있다”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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