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지인 사망 혐의 60대, 무죄 확정

2심·대법원···“살인 동기·목적 확인 어렵다” 음주운전만 유죄···징역 1년 2개월 선고

2019-09-27     취재기자 배수진
음주운전으로
음주운전으로 지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던 60대가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쳐 무죄를 확정받았다. 사고 정황 등에 비춰 살인 의도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최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모(66)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2017년 12월 30일 오전 3시쯤 전남 여수 한 공원 주차장에 쓰러진 지인 A(당시 62) 씨 위로 차량을 운전하면서 두 차례 지나갔다. 경찰은 살인 의도는 없었다며 유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뺑소니)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유 씨가 차로 A 씨를 2차례 넘어 지나갔다며 살인 혐의를 더해 구속기소 했다. 1심은 살인죄를 인정하면서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유가족이 받은 고통이 클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살인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두 사람이 친했고 그동안 다툼이 없었던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몸싸움한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살인의 동기·목적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운전하다 실수로 바닥에 누워있는 A 씨를 역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1시간 후 사건 현장을 이탈한 것도 많은 음주로 정상 사고가 불가능했거나, A 씨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배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유 씨가 살인 고의를 갖고 범행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뒤집었다. 다만 유 씨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두 차례 있음에도 또다시 음주운전을 해 사망사고를 낸 데 대해 징역 1년 2개월 형을 선고했다. 검찰이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2심처럼 살인죄의 유죄 증명이 되지 않았다며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