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리얼돌 판매 허용 판결 논란
창백한 피부에 은근히 비치는 핏줄, 초점 없는 눈동자에 생기가 돌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지도, 말을 하지도 못하는 인형은 그저 한 사람의 의도로 만들어지는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의 모습과 똑 닮은 이 인형은 바로 리얼돌이다. 2019년 6월 27일, 대법원은 리얼돌에 대한 수입규제를 취소하도록 하는 판결을 내렸다. 최근 이러한 판결로 성인용품 규제와 성인용품을 자유롭게 구매, 사용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의견이 나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대법원에서는 리얼돌에 대해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최소화돼야 하고, 성인용품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성욕을 푸는 것은 개인의 자유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리얼돌이 개인의 사적인 범위에서만 그치는 하나의 도구일 뿐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성의 리얼돌이 판매되기에 여성의 리얼돌을 사용하여 성행위를 하는 것은 여성을 성적인 존재로밖에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따르고 있다. 또한 내 친구들의 의견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 중 하나는, 성범죄에 대한 문제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리얼돌을 사용한다고 성범죄가 사라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제 사람을 보고 “리얼돌로 착각했다”며 더 큰 범죄를 일으킬까봐 두려움에 떨 뿐이다.
한편, 리얼돌에 대한 논란이 더 커진 계기는 지인이나 연예인의 얼굴과 똑같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뉴스톱에 따르면, 실제로 외국에서는 유명 연예인의 모습을 본떠 만든 리얼돌로 인해 법적인 검토를 받은 사례도 있다. 누군가의 집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형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성적 욕구를 풀기 위함이 아니더라도 허락 없이 한 사람의 모습을 인형으로 만든다는 자체만으로 불쾌함과 수치심을 줄 수 있다.
또한, 아동, 신생아 리얼돌도 있다. 겉보기에는 아이와 다를 것 없는 인형에 화장을 시켜두고 성적인 부위를 부각해 놓은 모습은 충격적이다. 지난 8일 한국일보 뉴스에 의하면, 8월 8일, 아동 리얼돌 제작 및 수입, 판매 및 소지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그 법이 받아지더라도 아동, 청소년, 성인의 기준을 확실하게 규제하기는 어렵다. 리얼돌의 크기만 보고 그것이 아동을 모티브로 만들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아동 리얼돌이 아니라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축소해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 더는 나타나지 않도록 그 기준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내가 처음 리얼돌의 이야기를 접한 것은 리얼돌 폐기 문제였다. 연합뉴스 8월 24일자 뉴스에 의하면, 8월 18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비키니 수영복 혹은 속옷 차림으로 버려진 리얼돌을 발견했고 그 리얼돌의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아이들의 등하굣길에 처참히 버려진 리얼돌은 목격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사진으로 리얼돌을 접한 나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계일보 8월 24일 뉴스에 따르면, 현재 리얼돌 폐기법이 마땅하지 않아 리얼돌의 살을 직접 칼로 분리해 버렸다며 마치 살인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는 사례도 있다. 이런 사례들만 보아도 리얼돌 사용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말로는 인형이지만 결국엔 사람과 구분이 흐릿해질 정도로 똑같은 성인용품의 하나로 이용되고 있다.
성인용품 규제와 개인이 성인용품을 자유롭게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 모두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리얼돌은 인간의 실제 모습과 비슷한 인형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기에 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 무작정 리얼돌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리얼돌이 악용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만히 두면 안 되는 것이다.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사항인 만큼 하루빨리 더 확실한 법으로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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