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명 직원 대부분이 발달 장애인, 사회 취약계층
부산 토박이 상조회사 창성 웰라이프, "우리는 고용을 위해 사업합니다"
2015-12-30 취재기자 김승수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게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팝니다.” 이는 사회적 기업인 어느 빵집 앞에 걸린 모토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사회적 기업이다. 그 빵집도 빵을 팔아 돈벌이를 하려는 게 아니고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빵을 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은 참 아름답다. 여기 특이하지만 역시 아름다운 사회적 기업이 하나 더 있다. 장례를 서비스라는 ‘창성웰라이프’가 바로 그곳이다.
사회적 기업 창성웨라이프 대표 윤정현 씨는 “죽음은 초라하고 비참한 것이 아니다. 죽음은 우리 삶을 마무리하는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라고 말한다. 윤 대표에게 죽음이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윤 대표에게 죽음은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 아니라 인간이 잘 살기 위해서 한 번쯤 생각해야 하는 고귀한 순간이다.
윤정현 대표가 죽음을 숭고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이란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부터였다. 윤 씨는 아버지 사후 방황도 많이 했지만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성인이 된 후 자연스럽게 윤정현 대표를 장례 서비스로 사회에 봉사하는 직업을 갖게 했다. 윤 대표는 유족을 위한 장례 서비스 회사를 2013년 설립했다. 그 기업이 바로 사회적 기업 창성웰라이프다. 부산 지하철 2호선 구남역 3번 출구로 나와 앞으로 쭉 5분 남짓 걷다보면 이 회사가 나온다.
창성웰라이프는 2013년 설립 당시 ‘창성 후불제 장례서비스’라는 상호로 출발했다가 2014년 에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창성웰라이프의 경영지원팀 2명, 장례팀 3명 영업팀 3명, 배송팀 2명 등 대부분의 직원이 발달장애인 및 취약계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창성은 기업으로서 창출되는 이윤 대부분을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창성웰라이프의 또 다른 설립 동기는 부산 지역의 상조회사 운영 상황과 관련이 있다. 부산의 상조회사는 대부분 본사가 서울에 있다. 부산 사람들 대부분이 서울에 본사가 있는 상조회사를 통해 장례를 치르게 되는데, 장례 용품은 서울에서 오고, 그 비용은 부산이 아니라 서울로 간다. 그렇다 보니 장례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부산에 본사를 둔 창성은 장례 용품을 부산에서 마련해서 부산에서 소모시킨다. 유통마진이 적다. 이 회사 이사 서신애 씨는 죽음을 마주한 순간에도 사람들이 돈 걱정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공기관을 통해서 무연고자의 장례를 하고 있는 곳도 창성이다. 서 씨는 “취약계층과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장례 회사가 바로 우리 회사다”라고 했다.
실제로 장성의 장례비용은 일반 상조회사보다 싸다. 일반형은 100여 만원이 싸고 고급형은 500여 만 원이 싸다. 창성은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다. 후불제는 말 그대로 장례를 치른 뒤에 장례비용을 지불함을 뜻한다. 대부분 상조회사는 선불로 장례금을 받고 나중에 서비스에 따라 추가적인 비용이 받는다. 창성은 추가 비용 없는 후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창성은 유족들에게 일회용 생필품을 무료로 제공한다. 죽음을 맞이한 가족은 모든 일을 제쳐두고 달려오기 마련이다. 정신없이 오다보면 세면도구를 빠뜨리고 오게 된다. 이런 유가족들을 위해서 일회용품 제공이라는 서비스가 나오게 됐다. 창성의 윤 대표 남편인 권영 씨는 “유가족 입장에서 항상 생각하다보니 이런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창성은 일반 조화를 구입하면 쌀 한 부대를 같이 배달한다. 이는 일명 '쌀 화환'이라 불린다. 장례식장의 조화는 사용 후에 버려지거나 단순히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쌀 화환은 조화는 치워지더라도 같이 배달된 쌀을 취약계층에게 전달되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창성은 봉사활동을 통해 노숙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노숙인의 재활을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창성의 노숙인 재활 프로그램으로 1호 장례지도사가 된 전 노숙인도 있다. 그 주인공은 강선호 씨다. 강선호 씨는 노숙인 중 한 명이었고, 삶의 의욕에 없었다. 하지만 강 씨는 창성을 만나면서 장례 지도사가 되어 재활에 성공했다. 강 씨는 망자의 입관 등 마지막 을 돌봐주는 일을 하기 때문에 유족들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강 씨는 “내 소망은 그저 평범한 가정을 이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창성의 어려운 점은 회사원이 대부분 장애인들이어서 장례에 쓰이는 각종 제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유족들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장례를 치루고 나서는 확 바뀐다. 창성의 장례 서비스를 이용한 한 유족은 “갑작스런 모친 별세에 경황이 없었지만, 창성의 열정에 반했다”며 “유족 모두 장성의 장례 서비스에 감탄하고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창성은 유가족들에게 장례 절차를 담은 사진 앨범을 제공한다. 전문적인 사진사가 장례준비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60~70여 장을 찍는다. 창성은 이 사진을 가지고 20장을 선별해 장례앨범을 만들어준다. 창성의 장례 앨범은 유족들에게 고인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개 하는 정표가 된다.
창성의 슬로건은 “아직도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다. 윤 대표는 이윤 창출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봉사를 실천하다보면 이익은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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