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자녀 징계권은 ‘사랑의 매’인가, 아동학대인가?
요즘에서야 자녀를 훈육하는 방법이 예전보다는 많이 바뀌었지만, 현재 대학생인 내 또래 사람들만 하더라도 일명 ‘사랑의 매’가 익숙하다. 우리 세대는 훈육을 목적으로 하는 부모의 사랑의 매는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정당화돼 왔다. 민법 제915조에서도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제는 자녀라도 체벌을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포용국가 아동 정책’으로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를 들고 나오면서 민법상 징계권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회에서는 법 논의가 한창이지만 의견이 엇갈려 개정안이 쉽사리 나오고 있지 않다. 정부는 규정 삭제에 선을 그은 상태다. 9월 11일 자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김민지 법무부 전문위원은 “징계권은 부모가 양육ㆍ교육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며 여기에 체벌은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최근 해석이기 때문에 전면 폐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체벌은 사회통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징계권 개정만으로는 체벌을 없앨 수 없다. 그리고 합리적인 체벌의 기준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법을 구체적으로 개정한다고 해도 한계는 존재한다. 징계권 폐지를 통해 체벌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자녀에게 약간의 체벌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다. 자녀를 미성숙한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매를 든다는 것은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면서 체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사랑의 매가 있어야 자녀를 삐뚤어지지 않고 바르게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세계에서 54개국의 나라가 가정 내에서 법적으로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만큼 굳이 사랑의 매를 들지 않아도 아이를 양육하는 데는 문제없다.
아동학대는 아동을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뜻한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아동학대 행위자가 부모인 경우가 매년 70% 이상 나타났다. 사랑의 매와 아동학대를 구분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훈육하는 부모는 모든 체벌을 사랑의 매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사람도 감정의 동물이기에 상황에 맞게 교화를 위한 적절한 체벌은 거의 불가능하다. 감정이 격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녀에게 사랑의 매를 가장한 폭력을 행사할 수 있고 그것이 아동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녀에게는 부모의 폭력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나 역시 자라오면서 사랑의 매를 피할 순 없었다. 매를 맞았던 적이 몇 번 되지는 않지만, 성인이 돼서 그때를 떠올려보니 반성을 했던 기억보다 맞아서 아팠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너무 어렸을 때라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을만한 기억인데도 맞았던 것은 생생하게 기억나고, 생각만 해도 무서운 걸 보면 나에게는 그 기억이 내 인생에 충격적인 장면이었나 보다. 이렇게 체벌로 자녀의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한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 아니라 체벌 자체에 대한 공포심과 불안감일 수 있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도로시 로 놀테의 시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배운다>처럼 야단을 맞으며 자라는 아이들은 비난하는 것을 배우고, 두려움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싸우는 것을 배우기 마련이다. 체벌을 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그것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올바른 양육을 위해 했던 체벌이 아이에게는 역효과가 될 수도 있다.
부모의 사랑의 매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사랑의 매가 어느 순간 아동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징계권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자녀 체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를 계기로 아동학대를 줄이고, 가정에서도 체벌을 하지 않고 올바르게 양육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자녀에 대한 권리를 존중해주는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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