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을 앞둔 영화 '엑시트'의 흥행 요소 분석
지난 7월 개봉한 ‘이상근’ 감독의 영화 <엑시트>가 9월 14일 기준 약 930만 명의 관객을 돌파하며 대한민국 재난 영화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재난 영화 하면 떠오르는 <해운대>, <부산행>과 마찬가지로 한국 재난 영화계의 한 획을 긋는데 성공한 <엑시트>, 과연 어떤 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첫 번째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가볍게 ‘지적’하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은 술집에서 대학 선배와 취업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재난경보문자를 받았지만, 자신과 상관없다며 폰을 내려놓는다. 이 장면을 통해, 위험이 가까이 오더라도 자신과는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안전불감증’이 현대인들에게 만연하다는 것을 영화는 가볍게 지적한다. 그뿐만 아니라 용남의 대학 선배의 대사 중 ‘지진이나 해일, 쓰나미 같은 게 아니라 우리 상황이 재난이야’라는 대사를 통해, 취업 준비생들에게, 취업난은 재난이나 다름없다는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엑시트>에서는 이처럼 무거울 수 있는 문제점들을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대사를 통해 가볍게 지적한다.
게다가 <엑시트>에는 다른 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디어의 ‘참신함’이 있다. <엑시트>는, 어쩌면 흔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재난이라는 소재에 클라이밍을 접목하여 새로운 재미와 볼거리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옥상에 올라가야 하는데 문이 잠긴 상황이 다른 재난 영화에서 연출됐다면, 공구나 소화기 등 주변을 활용하여 손잡이를 부수고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문을 열기 위해 방탄유리를 부수고 몸에 줄을 묶어, 벽을 타고 건물을 올라가 옥상에 도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대걸레와 천을 사용하여 들것을 만든다든지, 스마트폰을 통해 모스 부호로 구조 요청을 하는 등 실제 재난 상황에서 활용 가능한 정보들도 담고 있다.
<엑시트>의 흥행에는 사회문제 지적과 아이디어의 참신함 외에도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가장 큰 흥행 요소는 바로 ‘가벼움’이다. 다른 재난 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의 분위기는 가볍다. 게다가 코믹 요소 또한 가득하다. 덕분에 주인공이나 그의 가족들을 걱정하기보다는, 주인공이 어떻게 저 상황을 헤쳐 나갈지에 대한 기대와 감독이 심어놓은 웃음 코드를 즐기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엑시트>를 보고 난 후 오랜만에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를 다 본 후 결말을 해석하며 다른 해석과 비교하는 것에서 재미와 불편함을 동시에 느낀 것이 아닌, 그저 영화의 연출이 담고 있는 볼거리와 정해진 결말을 통해 불편하지 않은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영화를 해석하는 것에 지쳐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쉬었다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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