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의 '착시,' 배송비 포함하면 싼 것 아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품도....카드 내역 통지받고 "완전 사기당했네"
2016-01-18 취재기자 최은진
작년 말, 대학생 최모(20,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부모님께 크리스마스 선물 아이템으로 외국 브랜드 록시땅 사의 핸드크림을 선택하고 해외직구를 하기 위해 인터넷 해외직구 사이트를 물색하고 있었다. 원래 록시땅 핸드크림 150ml가 3만 5,000원 정도 하는데, 해외직구 가격은 1만 3,000원 정도였다. 망설임 없이 주문하기를 누른 최 씨는 순간적으로 배송비가 2만원이 추가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해외직구 배송비를 상품 가격에 더하니 국내 매장에서 사는 그 화장품 가격과의 차이가 겨우 2,000원 싼 셈이었다. 최 씨는 결제 단계 직전에 주문을 취소했다. 그는 “해외 직구의 물건 값만 신경쓰다 보니 배송비가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고 말했다.
상품마다 차이가 있으나 통상 해외직구는 상시 시즌 기준으로 10~50%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SBS 프로 <LIVE MONEY>에서는 최근 국내의 해외직구 소비 금액이 2011년 2,209억이던 것이 2014년에는 6,928억으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소비자들은 해외직구가 싸다는 선입견을 갖고 해외직구로 몰리지만, 해외직구가 항상 싼 것만은 아니다. 바로 해외직구의 적지 않은 배송비 때문이다.
대학생 박모(21, 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 씨 역시 록시땅의 150ml 용량의 핸드크림을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했다. 위의 최 씨처럼 국내에 나와 있는 록시땅 사 화장품보다 월등히 싼 가격을 확인한 그는 물건을 바로 구매했다. 하지만 박 씨는 최 씨와는 달리 비싼 배송비를 확인하지 못했다. 한 달 뒤, 카드내역을 확인한 그는 깜짝 놀랐다. 해외직구한 제품 가격이 $20(약 2만 3,710원)이었지만 배송비를 포함하니 $47.90(약 5만 6,402원)이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물건을 싸게 산 줄 알고 만족했는데, 배송비가 물건보다 비싸게 되어있을지 정말 몰랐다”며 “이건 명백한 사기 행위”라고 말했다.
해외직구 시 배송비를 확인하지 못하고 바가지를 쓰는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학생 방효영(21, 부산시 동래구 명륜동) 씨 역시 해외직구의 비싼 배송비로 주문을 취소한 적이 있다. 방 씨는 얼마 전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1만 원대의 저렴한 셰도우 파레트를 발견했고, 아무런 의심없이 즉시 주문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방 씨가 주문을 선택한 제품 가격과 배송비를 합치자, 총액이 약 7만 원정도가 됐다. 그는 “물건 값보다 배송비가 훨씬 비싸서 해외직구를 포기했다”며 “오히려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해외직구를 하는 것이 더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 ‘이베이’에서 해외직구를 할 때 배송비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 그래서 판매자들은 배송비를 자유롭게 조정한다. 이베이의 배송비는 영어로 ‘shipping & handling’이라고 한다. 이는 배송비(shipping)와 포장비+기타(handling)를 포함한 가격이다. 그래서 포장비 등이 판매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제품을 해외직구로 판매하고 있는 사업가 김모(50) 씨는 자신도 해외의 구매자들에게 제품가격은 싸게 하고 배송비는 비싸게 하는 방식으로 해외 구매자들의 구매 욕구를 부추기고 있다고 실토했다. 김 씨는 해외직구 사업 세계에서는 일단 제품 가격을 싸게 하면 사람들의 클릭 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저상품가격, 고배송비 전략을 쓴다는 것이다, 김 씨는 “해외직구 업자들은 대개가 물건 값이 아니라 배송비로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 해외직구 사업자들도 이런 식으로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해외직구에서 배송비가 비싸다는 점을 아는 한국 사람들은 최근에는 미국 현지에 있는 배송 대행사를 이용해서 배송비를 아껴 해외직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는 해외직구 시 배송지를 한국이 아닌 미국의 배송대행사로 보내라고 하는 것인데, 배송대행사는 물건을 해외직구사로부터 받아서 한국의 구매자에게 배송해준다. 이때 배송대행사에게 한국 구매자가 내는 배송비는 해외직구 사이트가 이득을 보려고 바가지 씌우는 배송비보다 당연히 싸다. 대학생 김은주(21, 부산시 금정구 장전동) 씨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신발을 사기 위해 해외직구를 선택했다. 김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 셀러에게 $207.95짜리 신발을 하나 구입했다. 이때 배송비가 55달러여서, 김 씨는 비싼 배송비를 줄이기 위해 배송비가 싼 배송대행사 주소로 배달하라고 주문했다. 그랬더니 해외직구 판매자가 판매를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제는 미국 판매자들이 한국 해외직구족들이 배송대행사를 이용해서 배송비 바가지를 피하려고 한다는 점을 알아차린 것이다.
해외직구는 환불이 어렵다는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오모(25, 부산시 금정구 부곡동) 씨는 해외직구로 구매했지만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환불하려고 했으나, 환불하는데도 배송비가 붙어 약 5만 원 가량의 금액이 추가로 들기에 환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오 씨는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환불하려고 해도 배송비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해외직구보다는 국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김모(37, 부산시 수영구 망미동) 씨도 해외직구의 환불 피해자 중 한 사람이다. 김 씨는 해외직구로 가방을 구입했다. 제품을 받은 김 씨는 자신이 생각한 색과 다른 제품임을 확인하고 환불하려 했으나, 환불 배송비가 많이 든다는 사실을 알고, 환불을 취소했다. 김 씨는 “환불 배송비가 실제로 환불을 어렵게 하는 고약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성대 경영학과 정동섭 교수는 기업과 기업 간의 해외 전자상거래인 B2B는 화물선 등을 이용해서 물류 비용이 적게 들지만, 기업과 개인과 직거래인 해외직구는 B2C 향태로써 결코 배송비라는 물류 비용을 줄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해외 직구가 수입 업체의 폭리를 벗어나는 개인들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곧 배송비라는 난관에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해외직구의 비싼 배송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개인별 공동구매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의류와 같이 개별적인 주문을 해야 하는 상품 말고 가전제품이나 컴퓨터 같이 표준화된 제품은 공동구매로 배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런 글로벌 소비를 위해서 동맹을 통해 배송비를 절약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