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전 위해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 급하다
지난 5월에 발생한 ‘신림동 CCTV 영상’ 속 남성이 최근 1심에서 주거침입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남성의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판결을 내렸다. 영상 속 문을 열려는 행동만으로 강간 의도를 추단할 수 없어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져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간미수 혐의가 무죄 판결돼 보호관찰을 포함한 피해자 접근금지도 적용될 수 없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추후에 보복할 것을 대비해 피해자를 보호할 만한 장치는 없는 상황이다.
CCTV 영상을 본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가해자에게 강간미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법으로 객관성을 부여해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이 판결로 인해 여성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길을 걸을 때 모르는 사람이 내 뒤를 쫓아올 수도 있다는 공포심과 위와 같은 범죄가 무죄로 판결됐을 때 가해자가 다시 보복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스토킹이란, 상대방 의사와 상관없이 의도적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주는 행동을 말한다. 살인, 강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은 예전부터 심각한 문제로 부각돼왔다. 지난 4월, ‘진주 방화 살인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에게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했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 1항에 따르면, 스토킹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지켜보기, 따라다니기,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에게 범칙금 8만 원을 부과할 뿐이다. 그래서 스토킹 외에 별도로 일어난 행위가 협박죄나 주거침입죄로 이어져야만 중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스토킹으로 인한 성범죄, 데이트 폭력과 같은 사건들이 뉴스에 적지 않게 보도되고 있는데 아직 스토킹에 대한 개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스토킹을 방지할 수 있는 법이 조속히 제정돼 더 큰 범죄를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스토킹 처벌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여론에 휩쓸려 법 제정을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스토킹 처벌법을 빨리 제정하되, 스토킹의 정의와 피해자를 보호할 방안을 자세하고 명확하게 법에 명시해야 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안심하고 사회를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토킹 처벌법이 15대 국회부터 발의됐지만, 한 번도 국회를 통과한 적이 없는 것도 “스토킹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다”는 이유에서다. “내 여자친구라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구애하기 위해서 스토킹을 했다”는 것은 합리화될 수 없다. 스토킹은 더 큰 범죄의 선행된 행동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적인 해를 입지 않아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위협을 암시하는 모든 행동을 스토킹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서 피해자가 스토킹의 증거를 제시하면 동의 여부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자신의 결백함을 입증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적인 피해자는 물론, 피해자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위협을 느껴도 스토킹 시도로 간주하는 것이 옳다.
제일 우선시돼야하는 것은 피해자가 보복의 두려움 없이 신고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다. 그리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려 피해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와 관련된 사람에게도 다가갈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스토킹을 포함한 중범죄에 대해서 유죄판결이 난 뒤 다시 스토킹을 했을 때는 가중처벌의 수위를 높여 보복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스토킹 범죄가 늘어나고, 보복범죄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는 만큼 스토킹에 대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으로 계속되는 남자의 여자를 향한 스토킹을 정당화해왔던 가부장적 인식에서 벗어나, 스토킹에 대한 피해자의 공포와 불안감을 공감해줄 수 있는 내용의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게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된다면, 스토킹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 잡고, 스토킹으로 일어나는 강간, 살인과 같은 범죄들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의원들도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법 제정에 노력을 기울여, 스토킹 범죄의 법적 공백으로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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