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규모 반정부 시위 계속···결국 APEC 개최 취소

12월 개최 예정이던 COP25도 취소···대통령 “고통스러운 결정” APEC 일정과 변경된 장소 아직 확인되지 않아

2020-10-31     취재기자 배수진
세바스티안
칠레 정부가 다음달 열릴 에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일간 엘메르쿠리오와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매우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며 “이 결정이 APEC과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 끼칠 불편에 깊은 유감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로 “최근 몇 주간 모든 국민이 어려운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성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공질서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평화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16~17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APEC 정상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APEC의 일정과 장소 변경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COP25는 12월 2~13일 열릴 계획이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이 참석하기로 돼 있었다. 칠레 정부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어떤 일이 있어도 시위가 국제회의 개최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다”고 단정지었지만, 시위 양상이 다시 과격해지고 사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개최 취소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칠레 시위는 정부가 지난 6일 유가 상승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하며 시작됐다. 800칠레페소(약 1328원)에서 830칠레페소(약1378원)로 조정한단 계획이었다. 약 50원 인상이었지만 그간 차곡차곡 쌓여왔던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시위에 대해 “지하철 요금 인상은 이 시위의 기폭제였을 뿐”이라고 분석을 했다. 지난 18일부터 대규모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혼란을 틈탄 방화와 상점 약탈 등으로 치안이 불안해지고, 지하철 운행 등에도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정부는 지하철 요금 인상 철회를 시작으로 연금·임금 인상과 개각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같은 칠레의 결정으로 APEC 정상회의 일정 변경과 다른 장소에서의 개최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칠레의 APEC 포기 선언과 관련해 “소식은 들었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짧게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