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노는 게 더 편해요”...홈족 증가로 ‘홈코노미’ 시대

홈트레이닝 홈시네마 홈카페 홈게이밍 홈뷰티 등 호황 1인 가구 579만 가구...2000년에 비해 2.5배나 증가

2019-11-01     취재기자 김지은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여가활동 및 휴식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이른바 집순이 혹은 집돌이라고 부르던 사람들을 최근 ‘홈족(Home族)’이라 부르며 이들과 관련된 경제활동인 ‘홈코노미’가 각광을 받고 있다. 홈코노미(home-conomy)란 ‘홈족’이 집을 단순히 주거공간이 아닌 휴식·여가·레저를 즐기는 공간으로 생각하면서 집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경제활동을 이르는 말로, 홈(home)과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다. 집이 단순한 주거기능으로서의 공간을 넘어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16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8.6%가 자신을 ‘홈족’이라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대학생 이모(22, 경남 진주시) 씨는 “요즘엔 밖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편하고 좋다”며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인터넷으로 자주 찾아본다”고 말했다.
과거와는
이처럼 자신을 ‘홈족’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제품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월 1일~3월 31)에 홈트레이닝, 홈인테리어 등 ‘홈코노미’ 제품의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런 수요에 맞춰 기업들은 ‘홈족’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너도나도 내놓고 있다. ‘홈코노미’의 열풍으로 가장 득을 본 분야는 ‘홈트레이닝’이다. 티몬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라텍스밴드와 마사지볼 등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 및 스트레칭 기구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3% 늘었다. 이는 유튜브의 영향이 크다. 유튜브에서는 요가를 비롯한 부위별 근력 운동 등 분야별 전문가들의 ‘홈트레이닝’ 관련 영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진다. 비싼 피트니스비용을 내지 않아도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집에서 유튜브 속 전문가가 알려주는 대로 운동을 따라할 수 있게 됐다. ‘홈트레이닝’이 뜨면서 관련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집에서 간단하게 따라할 수 있는 트레이닝 방법을 알려주는 ‘땅끄부부’ 채널은 169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땅끄부부가 업로드한 총 164개 영상을 합친 총 조회 수는 현재 약 1억 뷰에 달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직장인 이모(56, 경북 포항시) 씨는 “평소에 비싸기도 하지만 시간을 내서 헬스장을 가기가 어려웠다”며 “요즘 유튜브로 전문가들이 더 쉽게 운동을 알려줘서 더 간편하다”고 말했다.
‘홈트레이닝’에
‘홈트레이닝’ 뿐만 아니라 최근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려는 ‘홈시네마족’이 크게 늘고 있다. 왓챠, 넷플릭스, 웨이브, 유튜브 등 방송이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국내에서 활성화되면서 20대를 중심으로 굳이 영화관까지 가지 않아도 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 2월 말 기준 웹 사이트 또는 어플 순 방문자수가 240만 2000명으로, 전년대비 5배 가까이 증가했다. ‘홈시네마’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생 정모(21, 부산시 남구) 씨는 “평소 영화 보는 것을 엄청 좋아해서 집에 미니 빔프로젝트를 설치해 두고 자주 영화를 본다”며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집에서도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서 영화를 즐기는 ‘홈시네마족’으로 인해 더 큰 화면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기업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빔 프로젝트, 프리미엄 홈오디오 등을 출시하고 있다.
최근
2030세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홈코노미’의 분야는 ‘홈인테리어’와 ‘홈카페’다.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직접 페인트나 벽지를 바르고, 가구를 조립하는 ‘홈인테리어’ 시장이 가장 먼저 발달했다. 특히, 젊은 세대는 북유럽 풍의 디자인과 조립·배송 비용이 없는 DIY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스웨덴 가구 제조업체 ‘이케아’를 가장 선호한다. ‘홈인테리어’가 2030세대 ‘홈족’들 사이에서 SNS와 유튜브를 타고 대세 취미로 떠오르면서 ‘북유럽 인테리어’, ‘조립가구’의 인기가 높아졌다. 대학생 강모(22, 인천시 연수구) 씨는 “최근 자취를 시작하면서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내가 직접 가구를 조립하고 인테리어를 하면 진정한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또한, G마켓이 ‘홈카페’ 관련 상품판매량을 지난 2월 18일부터 한 달 간 조사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최대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카페’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함께 커피머신을 구비해 집의 일부 공간을 나만의 카페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홈카페’의 경우,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기가 확산됐으며, 해시태그 #홈카페 #홈카페인테리어를 검색하면 자신만의 ‘홈카페’를 꾸민 17만여 건의 인증사진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에
이외에도 PC방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고 사양 컴퓨터로 게임을 즐기는 ‘홈게이밍’, 전문적으로 피부 관리를 받을 시간이 부족한 3040대 여성들이 집에서 직접 피부 관리 물품을 사 외모를 가꾸는 ‘홈뷰티’, 시간이 없어 멀리 여행을 가지 못할 때 집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홈캠핑’이나 간이 ‘홈파티’ 등이 있다. ‘홈코노미’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1인 가구의 폭발적 증가가 결정적 계기라는 주장이 다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0월 기준으로 1인 가구는 579만 가구로 1년 새 3.1%(17만 가구)나 늘어났다. 2000년 222만 가구였던 때와 비교하면 무려 2.5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나심비(내가 만족할 수 있다면 지갑 여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 소비 심리)’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홈트레이닝’부터 ‘홈카페’까지 여러 분야에서 1인 가구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문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편,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의 확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2019년 4월부터 대기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에게 주 52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를 이행하도록 발표했다. 이에 직장인들의 야근이 사라지고, 퇴근 시간이 단축돼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 여가를 즐기기엔 시간이 다소 부족하거나 타인과 관계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 소비를 최소화하고 싶어 하는 ‘홈족’들의 심리 때문에 ‘홈코노미’ 시장이 크게 발달했다. 직장인 이모(50, 부산시 진구) 씨는 “휴식시간이 생기면 최대한 집에서 보내려고 한다”며 “굳이 집밖으로 나가서 시간, 돈, 감정 낭비하기 보단 집에서 평소 내가 배우고 싶었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요즘 더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