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화의 페르소나(가면)를 벗어 던지고 다양성과 개성의 세계로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내면 깊은 곳으로 자신의 본성을 숨기며 사회가 요구하는규범과 질서에 따른다. 일명 가면이라는 뜻의 ‘페르소나(persona)’는 최근 음악과 영화 등 대중문화에 주요 소재로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페르소나는 획일화를 지향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숨긴 채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아픔을 잘 나타낸다.
일찍이 우리는 유아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았다. 교육으로 행해지는 사회화는 인간이 사회에 적응하고 기성세대에 동화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고 정해진 도덕과 규범에 따르도록 요구받는다. 우리 사회는 ‘같음’을 지향하고 ‘다름’을 배척하며 법과 규율을 통해 정해진 대답만을 하도록 강요받는다. 우리는 그 사회 속에서 개성을 잃은 채 유행을 선동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를 따르는 ‘팔로워(follower)’가 될 뿐이다.
그리고 획일화를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상처받는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고립될까 하는 두려움에 자신들의 개성을 숨기며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의 가면으로 세상과 마주한다. 우리가 무조권적으로 유행을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때문에 우리 사회는 항상 억눌러진 본성으로 인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분노는 다시 현대인들에게 고통을 주며 우리 사회를 퇴보시킨다.
최근 이러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잘 반영한 tvN의 예능은 이른바 ‘힐링 예능’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나영석 PD의 <삼시 세끼>, <숲속의 작은 집> 등과 같은 예능은 사회생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을 통해 자신과 대화하고 자신을 돌보는 것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켰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에 따르기 위해 억압됐던 우리의 내면을 돌보고 가꾸는 것으로 우리는 사회생활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다. 나는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그의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를 만들어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화는 우리가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회화는 우리의 개성과 정체성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단합되고 통일된 사회만이 좋은 사회는 아니다. 개개인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살아있으며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 역시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다.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