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활로는?

2019-11-12     부산시 해운대구 정유주

2019년은 국내 영화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다. 100년 동안 국내 영화계에선 많은 일이 있었지만, 최근 미디어 형태 변화로 국내 영화산업은 전통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발맞추어 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바로 OTT서비스를 통해 최초 공개되는 영화를 영화로 인정할 것인가에 관한 논란도 그 중 하나다.

제작사에서 제작하고 배급사에서 배급한 영화를 영화관에서 개봉하면 관객들이 영화관으로 찾아가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배급하는 형태의 영화가 많아지고 있다. 2017년 6월 28일 넷플릭스로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주변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예다.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에게 5000만 달러를 지원해주며 영화를 제작하라고 했으며, ‘옥자’는 넷플릭스에서 단독 개봉됐다. 넷플릭스가 아닌 <옥자>가 상영된 영화관은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두 곳 뿐이었다.

멀티플렉스에서 <옥자>가 상영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극장 상영 이후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야 하는 영화 산업의 기본 룰을 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어야 영화관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했다는 것은 멀티플렉스(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도 시대에 맞추어 변해야 한다. 어느새 영화는 하나의 문화라기보다 대형극장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맞춰지고 있다. 전통적인 영화 개봉 방법을 고수하는 것부터, 좌석 차등제까지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는 줄어들고 있고, 이익 창출을 위한 변화만 일어나고 있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상만이 영화가 아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각인시킨 것은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이었다. 우리는 비용을 주고 컨텐츠를 선택해서 볼 권리가 있다. 넷플릭스 최초 개봉 영화를 영화팬들이 넷플릭스에서 먼저 보더라도 영화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압도적인 스크린과 음향으로 다시 보고 싶다면 영화관에 찾아갈 것이다.

위기를 느껴서인지, 메가박스는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넷플릭스 최신 영화를 상영한다고 했다. <더 킹: 헨리 5세>를 시작으로 약 3편의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영화관 상영을 넷플릭스와 합의 중이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을 위한 콘텐츠 다양화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새로운 시도들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코드커팅 현상(케이블 등 유료방송 시청자가 구독을 끊고 OTT로 이동하는 현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보기 시작했다. 영화도 더 이상 전통적인 미디어에만 남아있을 수 없다. 기존의 사업모델이 붕괴되고 새로운 사업모델이 등장한 것을 ‘넷플릭스하다’라고 부른다. 기존의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 것이 ‘넷플릭스하다’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익 창출을 위한 전통적인 방법보다 관객들이 더 나은 컨텐츠를 많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멀티플렉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 분명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를 집에서 봤을 때, 관객은 영화관의 더 나은 시스템에서 작품을 보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디에서 개봉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영화산업이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가 중요해져야 한다. 외국보다 영화 제작비용은 턱 없이 작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제일 많이 본다. 극장은 새로운 혁신으로 관객들을 놓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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