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타임’의 두 얼굴, 이대로 둘 수 없다

국내 대학 최대 커뮤니티, 음란·혐오·젠더갈등까지 역기능 범람 순기능 때문에 전면중지 불가능... 관리책임 적절한 강화 절실

2019-11-13     취재기자 이지은

지난 6월 서울 모 대학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의 익명 게시판에 밤마다 나체 인증사진이 올라왔다. 에타는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다. 나체 사진은 올라오고 나선 몇 분 뒤 삭제되기를 반복했다. 지난 6월 20일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경찰은 커뮤니티 운영사에 요청해 작성자 정보를 파악, 음란물 유포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에타가 인터넷상 음란행위에 취약한 사례이다.

에타의 혐오성 게시글이 문제가 된 사례도 많다. 지난 5월 30일, 중앙대학교에서 ‘중앙대 페미니스트 총궐기 행사’가 열렸다. 지난 6월 10일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행사 30일 전부터 에타에 ‘페미X들이 나댄다’, ‘학내 분란을 일으킨다’와 같은 혐오 글이 계속 올라왔다. 지난 7월 부산 모 대학 게시판에 올라온 ‘일본 제품 사지 않습니다’라는 글에는 ‘존X 강요하네’, ‘할 거면 니들끼리 쳐해’등 혐오적인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최근 한국사회의 최대갈등 요소로 떠오른 젠더 갈등 역시 에타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이다. 에타에선 학교별 게시판 이름에서부터 젠더 갈등, 곧 혐오적 표현을 그대로 드러낸다. 가령 ‘한남국자(한국남자의 배열을 달리한 말) 썰 푸는 게시판’(동덕여대), ‘3일에 1번씩 한남국자 재기(한강에 투신해 사망한 성재기 남성연대 위원장을 비꼬는 표현) 팟’(성신여대) 등이다.

에타는

에타, 국내 전 대학생 가입한 대학 최대 커뮤니티

에타는 한국 대학사회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다. 국내 400개 대학, 379만 명에게 커뮤니티 및 시간표, 학업 관리, 학교생활 정보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수는 2019년 4월 기준으로 모두 332만 6천명. 실상 거의 모든 대학생이 가입해 있는 것이다. 에타 사용량은11월 11일 현재, 시간표 1,737만, 강의평·시험정보 168만, 중고거래 책 85만, 작성 게시물 5억2,423만 건에 달한다.

에타는

에타는 2011년 개설 이래, 학교 인증을 거친 재학생의 안전한 대화를 위한 익명 시스템과, 학생들이 직접 게시판을 개설해 운영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국내최대의 재학생 커뮤니티로 자리 잡고 있다. 재학생 인증은 학교 메일을 통해 이루어지며, 학부생만 이용가능하다.

에타, ‘대학생 필수 앱’ 순기능 함께, 익명성 악용한 음란·혐오·명예훼손 많아

에타는 많은 순기능(밝은 얼굴)이 있어 대학생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반면, 역기능(나쁜 얼굴)이 적지 않다.

에타의 가장 큰 문제는 ‘익명성’을 악용한 음란, 모욕, 명예훼손, 혐오행위와 무분별한 악플이다. 대부분 익명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남을 쉽게 비꼬고 쉽게 모욕한다. 이 때문에 사이버 모욕 행위로 고통 받는 학생이 늘고 있다.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 ‘에타에 명예훼손 글을 올린 사람을 고소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학생은 에타에 특정 학과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이상하다는 식의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게시글 작성자는 댓글과 개인 쪽지로 패드립(패륜적 드립), 성희롱, 욕설을 퍼부었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은 게시글 작성자를 사이버명예훼손죄로 고소하려 했지만 결국 고소하지 못했다. 죄를 구성할 요소, 곧‘특정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정성이란 다른 사람이 가해자의 명예훼손 글을 보고 그 글의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말한다.

에타의

대학생 허시언(20, 경남 양산시) 씨는 “익명이라 말을 가리지 않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기 불편할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한슬(22, 경남 창원시) 씨는 “모욕하는 글, 비방하는 글이 보일 때마다 에타에 들어가기가 싫어진다”며 “신고제도가 더욱 엄격해져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가짜뉴스·혐오갈등으로 숱한 사회적 문제도

에타에 올라오는 가짜뉴스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한림학보> 기사에 따르면, 모 대학 에타에 특정 학과 학생회장이 학생회비로 학과 물품을 구매할 때 본인 명의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는 학생회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이는 ‘가짜뉴스’였다. 학과 물품을 구매할 때 본인 명의로 구입하는 바람에 자동으로 현금영수증이 발행됐던 것일 뿐, 고의는 아니었던 것이다. 익명성을 악용해 가짜뉴스를 퍼뜨려 명예훼손을 하는 것 또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생 김지호(22, 경남 양산시) 씨는 “허위 사실로 누군가를 저격하며 물타기를 하는 글이 자주 보인다”며 “게시판이 원래의 목적을 잃고 학교 고발의 장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성차별, 성희롱 등의 게시글 또한 큰 문제이다. 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성 게시판은 성관계 파트너를 구하거나 쪽지로 야한 얘기를 주고받을 상대를 구하는 통로로 전락했다. 게시판 개설 의도와 다르게 음담패설이 가득한 곳으로 타락했다.

이는 남녀 혐오갈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에타에서 ‘메갈’, ‘일베’, ‘페미’ 등과 같은 단어만 검색해도 심각한 남녀 혐오갈등을 볼 수 있다. 대학생 권 모(2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도가 지나치게 성적인 발언이 가득한 에타를 보면 규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에타의 역기능, 운영자 책임 강화 않고는 해결 곤란

에타의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길은 없을까? 지금으로선 쉽지 않다. 에타의 운영 체계상 운영자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에타 커뮤니티 이용 공식 지침에 따르면, 욕설, 비아냥, 비속어 등 예의범절에 벗어난 게시물, 혐오스럽거나 타 회원을 놀라게 하는 게시물, 성적 비하를 포함하는 게시물을 올리거나 그런 게시판을 개설할 수 없다. 특정인이나 단체/지역 등을 비방하는 게시물, 논란 및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게시물, 외설, 음란물, 음담패설, 신체사진, 익명을 악용한 여론 조작 등에 해당하는 게시물과 게시판 개설도 금지하고 있다.

이 이용규칙을 위배하면 삭제, 중단, 변경 등 제재가 가해질 수 있으며, 회원은 자격 및 권한을 제한, 정지, 박탈당할 수 있다. 에타 이용자의 책임만 나열하고 있을 뿐, 운영책임은 전혀 맡고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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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타, 역기능 많아도 순기능 생각하면 버릴 수도 없어

하지만 에타가 여러 역기능을 드러낸다고 해서 에타를 없애자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순기능 때문이다. 에타를 이용해 학교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얻을 수 있다. 대학생 김영주(22, 부산시 진구) 씨는 “가끔 실시간 인기 글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 우리 과가 아닌 다른 과와 학교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학교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평소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대학생 이주용(27,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어떤 옷을 살지 한참 고민하다가 에타 게시판에 물어본 적이 있는데 여러 사람이 친절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말해줘서 그걸 참고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안나영(22, 경남 김해시) 씨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익명이라 마음 편하게 물어보는데, 익명성이 좋게 작용하는 경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책방 게시판과 시간표 기능 등 에타의 유용한 기능에 대한 장점을 말하는 학생도 많다. 대학생 김지은(22, 경북 포항시) 씨는 “에타 책방에서 중고 책을 판매해본 적이 있는데, 쓰지 않는 책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우지민(22, 서울시 동대문구) 씨는 “시간표를 추가해두면 오늘 수업과 다음 수업 알림이 오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다”며 “수강 신청 전 시간표를 짤 때도 에타 강의평을 꼭 참고하는데 여러모로 유용하다”고 말했다.

신고

문제점 신고해도 사실 확인 없이 기계적 처리... 문제

그렇다면 에타의 ‘좋은 얼굴’을 가리고 ‘나쁜 얼굴’을 부각하는 게시물을 규제할 제도는 없는 걸까? 그것도 아니다. 게시물이나 댓글이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면 ‘신고’ 버튼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신고를 할 수 있다. 신고는 자동 신고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처리되며, 신고 누적 건수가 많으면 해당 게시물은 ‘삭제’, 해당 게시자는 ‘접근 차단’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이 신고 제도에도 허점은 많다. 신고 내용에 대한 관리자의 판단 없이, 그저 신고 건수만 많으면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정 그룹이 특정 게시글이나 게시자를 집중적으로 신고, 그를 커뮤니티에서 축출하는 비정상적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자유게시판 비밀게시판 등 기본게시판에는 관리자가 따로 없다. 부적절한 글에 대한 제재는 신고가 누적됐을 시 자동으로 처리된다. 그뿐이다. 편리한 시스템 같기도 하지만 악용이 심하다. 특정 회원이 맘에 들지 않으면 여럿이 신고해서 제재를 먹여버리는 것이다.

이 경우 문의를 해도 에타 측에서는 절대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항상 개인의 제재에 관해서는 알려줄 수 없으며, 임의로 제재를 해제해줄 수는 없다는 매크로 답변만 돌아온다.

매체 특성·사회흐름 감안, 관리책임 적절한 강화를

에타, 언제까지 이대로 두고 볼 수 있을까? 사이버 모욕, 명예훼손도 현실 세계와 같이 규제 법규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현재 사이버모욕죄 처벌 규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죄가 성립하려면 3명 이상 존재하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가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공연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특정성’, 욕설과 같이 경멸적 표현을 사용한 ‘모욕’이 있어야 한다.

사이버명예훼손죄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에 해당하며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따른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공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허위사실을 공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 명예훼손의 경우 2년 이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는 데 비해 사이버명예훼손죄의 처벌은 그보다 무겁다.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이 시·공간적 무제한성, 신속성과 전파성 등으로 인해 훨씬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 악플 문제가 불거지며 국내 포털사이트 카카오와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검’) 정책에 변화를 줬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관심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의 구성을 조정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연예 섹션의 뉴스 댓글과‘카카오톡 샾(#)’에 있는 실시간 이슈를 폐지했다.

‘다음’의 인물 키워드 관련 검색어 폐지도 올해 안에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은 댓글의 혐오 표현, 인격 모독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인격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방침이다. 개편을 진행 중인 몇몇 국내 포털사이트와는 다르게 에타는 무풍지대다. 가입을 한 대학생만 이용 가능한 에타는 공개적이지만 한정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에타의 댓글 체계는 바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경성대 신문방송학과 차용범 교수(언론법)는 “최근 인터넷 공간의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음란물 유통 같은 반사회적 행위가 속출하고 있고, 그 피해 역시 날로 심각해지는 양상”이라며, “인터넷상 불법행위 역시 엄벌하는 만큼, 무책임하게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를 보다 두려워해야 할 때”라고 경고했다.

이어 “다만, 인터넷상 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을 기존 매체처럼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묻는다면 사적 검열을 강화하고 표현행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매체별 특성과 사회적 흐름을 감안한 ISP의 관리책임 부여방안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에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핑계만 대고 제대로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의 책임과 역할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더 큰 문제들을 낳을 것이다. 에타, 지금 드러난 문제점들을 성의 있게 보완해 앞으로도 영원토록 대학생 필수 커뮤니티로 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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