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흡연실’ 폐쇄한다고? 흡연자·자영업자 불만 가득
정부, 2년 뒤 폐쇄 방침... 흡연권 보장 요구·매출 하락 걱정 대단
공중이용시설의 실내흡연이 단계적으로 금지되고, 2025년이면 실내 흡연실도 폐쇄될 전망이다. 정부가 간접흡연의 폐해를 막는 차원에서, 흡연 조장환경 근절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는 건축물이 연면적 1000m²(302평) 이상일 경우, 건물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실내 흡연실을 둘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수도권 및 경북, 대구 지역의 12개 업종 1206개 업소를 대상으로 실내 흡연실 설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PC방 94.8%(116개소 중 110개소) ▲당구장 87%(100개소 중 87개소) ▲ 볼링장 83%(18개소 중 15개소) ▲스크린골프장 60%(35개소 중 21개소)로 다수의 사업장에서 실내에 흡연실을 두고 있다.
정부는 2021년에는 흡연실 설치 기준을 연면적 500m²(151평) 이상으로 넓히고, 2023년에는 모든 건축물 등으로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25년에는 모든 실내 흡연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또한 실내금연 확대에 따른 무분별한 길거리 흡연을 막기 위해 보행자와 분리된 장소를 실외흡연 가능구역으로 분리 지정한다고 밝혔다. 흡연 부스도 실내로 간주하는 ‘국제 담배규제협약(FCTC)’ 권고기준에 맞춰 흡연 부스 등이 있는 지역 자체를 흡연 구역으로 지정해 간접흡연을 막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대책에 대한 흡연자·자영업자의 우려와 반발도 크다. 흡연자들은 흡연 장소 걱정을, 자영업자는 매출 하락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17년 차 흡연자 강율구(42, 부산시 수영구) 씨는 “금연구역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담배로 많은 세금을 내는 흡연자들은 반감이 든다”고 말했다. 강 씨는 “세금 내면서 엄청난 혜택을 누리자는 것이 아니고, 흡연권을 존중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석우(24,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실내 흡연실 폐쇄는 오히려 길거리 흡연이 늘어난다”며 “세금 꼬박 걷어가며 규제만 하는 탁상행정이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흡연자들의 불만뿐 아니라 자영업자들도 실내 흡연실 폐쇄 정책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실내 흡연실 한 개 설치비용은 보통 100만 원대이다. 환풍시설을 늘리거나 인테리어를 꾸밀 경우 수천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 또 실내 흡연실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PC방 좌석, 당구대, 호프집 테이블 등을 불가피하게 줄일 경우 매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은 이제 거금의 철거비용까지 떠안게 된 실정이다. PC방
당구장을 운영하고 있는 안모(45, 부산시 남구) 씨는 지난 2012년 정부의 새로운 금연 정책이 시행된 후 거금을 들여 실내 흡연실을 설치했다. 안 씨는 “당시 손님들이 당구 치면서 담배도 못 피우는게 말이 되냐 불만이 가득했다”며 “실내 흡연실마저 없어지면 손님들의 반발을 못 견딜 것 같다”고 말했다.
PC방 사장 김모(40, 부산시 해운대구) 씨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비흡연자인 김 씨는 지난 금연정책에 긍정적인 생각으로 실내 흡연실을 설치했다. 그러나 실내 흡연실 폐쇄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김 씨는 “실외 흡연 구역을 만든다고 해도 PC를 하다가 드문 장소까지 다녀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 현장을 너무 모르는 정책이다”라며 “실내 흡연실 철거로 인해 매출이 하락될 경우 정부가 책임질 것이냐”며 지적했다.
이어 김 씨는 “오히려 매장 입구나 상가 계단, 화장실 등에서 담배를 피울 것이 분명하다”며 “이 정책은 모두가 힘들어진다”고 덧붙였다.
실내 흡연실 폐쇄는 지방자치단체에게도 부담이다. 실외로 내몰리는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모든 금연구역을 단속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
흡연자·자영업자의 비판적 반응에 복지부는 사실상 별다른 귀를 기울이지 않는 표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내 흡연실 전면 폐쇄 조치는 장기적으로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2025년에 시행할 계획이다”며 “그 사이에 실내 흡연실 폐쇄 준비를 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일방적인 설명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