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에서 찾은 귀금속주얼리 학과가 내겐 신의 한 수였어요”

가야대 귀금속주얼리학과 고민성 씨, “보석이란 미생을 완생으로 가공하는 것” 실습 보석 작품으로 디자인 공모전 입선 성과도 올려 보석감정사 꿈꾸며, “진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 희망

2020-11-19     취재기자 김명준
고민성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바로 대학과 학과를 정하는 일이다. 2년 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고민성(21, 경남 통영시) 씨도 학과를 결정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이때 그는 ‘가야대학교 귀금속주얼리학과’라는 의외의 선택을 내렸다. 사연은 이랬다. 사실 고등학생 때까지 고 씨에게는 꿈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었고, 학업성적에도 소홀하게 됐다. 이게 계속 누적되면서 그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3학년 1학기가 끝난 후, 담임선생님하고 계속해서 어느 학과에 갈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다가 찾게 된 학과가 바로 귀금속주얼리학과였다. 그런데 이게 그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그에게 귀금속주얼리학과는 너무나도 생소한 학과였다. 생전 생각해보지도 않은 전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임선생님과 함께 학과에 대한 정보를 조사했다. 그리고 하루는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가야대학교 입시설명회가 열렸는데, 이때 방문한 입학사정관을 통해 귀금속주얼리학과 교수와 직접 연락하는 기회를 얻었다. 여러 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귀금속주얼리학과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고, 2018년 가야대학교 귀금속주얼리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내가 귀금속주얼리학과를 어떻게 왔는지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가야대학교
우여곡절 끝에 고 씨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그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입학 전에 학과에 대해 충분히 조사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입학 후 맞이한 학과 모습은 그의 생각과 차이가 있었다. 그는 “학과에 대해 가볍게 생각했어요. 흔히 다른 사람들이 저희 학과를 처음 들으면 ‘보석 만드는 학과 아니에요?’라고 말해요. 제 생각도 똑같았어요. 그런데 은 녹이기, 석고 하기 등과 같은 보석 제작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보석 제작이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고 씨의 전공인 귀금속주얼리학과는 귀금속주얼리 디자인으로 특화된 학과다. 학과 교과과정에는 귀금속과 주얼리와의 관계를 공부하는 과목, 주얼리의 역사 및 종류를 이론적으로 학습하는 과목, 보석의 진위를 판별하는 감별론 과목, 귀금속 보석을 세공하는 방법과 기술을 습득하는 세공기법 과목 등이 있다. 학과 졸업 후 학생들은 보석감정사, 주얼리 디자이너, 귀금속 공예가, 주얼리 코디네이터 등의 진로를 선택한다. 고 씨는 학기를 거듭할수록 실습 과정에 적응했고, 보석의 종류와 보석 감정 방법도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학과 생활에 적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보석의 매력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저는 보석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존재라고 말하고 싶어요. 물론, 보석이 혼자 있더라도 매력을 가지지만 혼자 있으면 그 매력에도 한계가 있거든요. 그런데 보석이 모이면 모일수록 매력이 더 커지고, 더 반짝 빛나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밝혔다.
고민성
또 시중에 판매되는 보석은 화려하고 빛나면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지만 가공되기 전의 보석은 그렇지 않다. 어떻게 보면 볼품없다고도 느껴질 정도다. 이런 보석이 고 씨 손을 거치면서 잠재력을 폭발시켜 미생에서 완생으로 만든다는 사실이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고 씨는 “보석이 미생에서 완생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될 인생 과정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보석을 완생이 되도록 제작하는 과정에 더 재밌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고민성
귀금속주얼리학과는 학과 특성상 실습과목이 많다. 고 씨도 실습시간에 많은 보석 작품을 제작했다. 그중에서 고 씨는 지금도 자신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는 작품이 있다면서 뱃지 하나를 소개했다. 그는 군대 간 친구를 생각하면서 군대 뱃지를 만든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저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있고, 친구가 휴가 나오면 보여주려고 만든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제품이 2018 국제 디자인트랜드대전 공모전에서 입선하는 영광을 누렸다. 고 씨는 “이 사실이 얼떨떨하면서 기뻤고, 친구와의 우정도 담겨있어서 이 작품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귀금속주얼리학과 공부를 하면서 보석감정사라는 꿈을 가지게 됐다. 고 씨는 “고등학생 때는 꿈이 없다 보니 시간을 그저 낭비하면서 지냈어요. 그런데 이제는 보석감정사라는 꿈이 생겼으니 학과 생활에 더 충실하고, 보석감정사 자격증도 차근차근 준비할거에요”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에게는 또 다른 목표도 존재했다. 그는 아직은 귀금속주얼리학과 학생이라는 미생이지만, 만약 보석감정사라는 완생으로 거듭난다면 누군가에게 꿈을 주고 싶은 보석감정사가 되길 원한다. 특히 꿈이 없거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어 한다. 고 씨는 “제가 그들과 같은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공감이 되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멘토가 되고 싶어요. 이를 이루고자 꿈을 전해주는 보석감정사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라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