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없는 조화대신 향기로운 생화 어떠세요?"
직접 키운 생화를 묘지까지 배달해주는 ‘생화묘지헌화사업’ 시작
최근, 몇 년 전부터 성묘용 헌화에 생화대신 조화가 생화보다 편리하고 오랫동안 보기가 좋다는 이유로 어느새 급격히 확산됐다. 이 때문에 전국 각 공원묘지에서 헌화된 조화의 처리비용만 수백에서 수천 만 원까지 이른다. 이 가운데 조화 중심의 헌화문화를 다시 생화 중심의 헌화문화로 바꾸기 위해 부산의 ‘강소농협동조합’이 지난 달 29일부터 ‘생화묘지헌화사업’을 시작했다.
강소농협동조합은 부산농업기술센터의 교육과 도움을 받아 5명의 농업인들이 모여 지난 해 11월 만들었다. 강소농협동조합이 결성된 주된 이유는 일본으로 수출했던 부산의 농가들이 엔저 현상으로 인해 타격을 많이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중국산 국화 수입이 급증하면서 우리 농가들이 더욱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김의성 대표는 "농가들이 이런 피해 속에서 국내시장에서라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부산농업기술센터에서 강소농 양성 교육을 받고 농업인들끼리 강소농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첫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생화묘지헌화사업은 성묘할 때 중국산 조화대신 지역에서 생산된 생화를 헌화함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화훼농가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시작됐다. 부산농업기술센터 김태수 소장은 “죽은 사람에게 생화를 주는 것이 예전부터 내려온 방식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조화가 유입되더니 어느 순간부터 대부분이 조화를 헌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죽은 자를 위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바꾸고자 생화묘지헌화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생화대신 헌화에 사용되고 있는 조화는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플라스틱, 종이, 철사로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철사 때문에 분리수거가 안돼서 조화는 무조건 산업폐기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처리비용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많은 오염이 되고 있다. 부산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팀 최운기 농촌지도사는 “조화는 썩지도 않고 재활용도 안되기 때문에 산업폐기물로 분류되어 처리된다. 김해 공원묘지에 2만기의 묘지가 있는데, 설날, 추석 때 헌화된 조화를 처리하는 비용으로만 600만 원가량 든다. 특히, 벌초 작업할 때는 조화의 철사가 튀어서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조화의 심각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산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생화를 사고 싶어도 인근 상점에는 조화만 팔기 때문에 생화구입이 힘들다. 이에 강소농협동조합은 묘지에 헌화할 생화를 직접 묘지로 배달해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문의와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생화를 구하는 것이 힘들어 매일 조화를 사갔다는 류동규(57, 부산 동래구 복천동) 씨는 “성묘를 다녀올 때마다 조화만 헌화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생화를 배달해주는 이 서비스 덕분에 이제부터라도 생화를 준비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현재, 김해공원묘지에서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생화묘지헌화사업은 강소농협동조합(문의 010-5567-5040)에 직접 연락해서 이용할 수 있다. 주문하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서 생화를 묘지로 갖다 주고 배달완료사진을 보내준다. 이후 묘지에 있는 생화가 시들면 깨끗이 수거해 간다.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꽃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가격도 2만에서 5만 원 사이로 저렴하다. 김 대표는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공급하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며 “회원제로 등록하면 명절이나, 기일, 생일 등에 맞춰서 배달해준다”고 말했다.
앞으로 생화묘지헌화사업은 김해공원묘지를 시작으로 체계적으로 자리잡아 영락공원 등 부산 외곽에 있는 150만 개의 묘지까지 모두 생화로 헌화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최운기 농촌지도사는 “모든 국민이 성묘 할 때 조화를 지양하고 생화를 사용하는 문화가 잘 정착되고 앞으로는 부산 말고도 다른 지역에도 생화 헌화가 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