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을 치유해주는 상담사가 되고 싶어요”
대구한의대 상담심리학과 박신혜 씨, “청소년들 사이버 상담하며 같이 고민해요” 정신병원 실습에서 만난 우울증, 조현병 환자들 노력 보며 동정보다 존경심 가져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따고, 현재는 대학원 준비 중...상담사로 세상 치유할 기대감 가득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잘 노는데, 방과 후나 주말엔 안 놀아요. 전 혼자 있는 게 좋은데, 주변 친구들 보면 주말에나 방학 때도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니까 제가 이상하게 느껴져요.”
한 여중생이 네이버 지식IN에 올린 고민이다. 이런 글이 올라오면,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의를 더 기울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 대학생 박신혜(23) 씨는 친구문제, 학업문제 등 각양각색의 고민을 가진 청소년들이 네이버 지식IN에 올리는 진솔한 고민을 들어주고 대답해주는 상담자다.
현재 대구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하고 있는 박신혜 씨는 일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사이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한의대학교 상담심리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면서 다양한 심리학 수업을 듣고 있던 박 씨는 청소년 상담에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이 어떤 고민을 갖고 있고, 청소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센터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이뤄지는지 궁금해서 상담센터 봉사활동에 도전하게 됐다.
박신혜 씨가 활동하고 있는 상담센터의 상담은 심리적인 문제나 어려움을 갖고 있는 내담자와 상담자가 얼굴을 직접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면대면 방식’이 아니고 인터넷 상에서 ‘사이버상담’으로 이뤄진다. 네이버 지식IN에서 청소년들이 진로문제, 대인관계문제, 학업문제 등 여러 가지 고민을 올리면, 그 고민들에 대해 답변으로 조언해준다. 그녀는 지식IN에서 주로 대인관계 고민인 사람들 위주로 상담했다. 물론 지식IN에 올라온 상담글에는 누구나 답변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박신혜 씨가 일하고 있는 대구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에서는 청소년들의 상담 답변 밑에 “작성자님께서 더 힘들어지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청소년 사이버 상담센터 혹은 전화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말을 연락처와 함께 꼭 덧붙인다. 그리고 개중에는 실제로 상담센터로 전화상담을 의뢰하기도 한단다.
그녀는 봉사자이기 때문에 지식IN에서 고민이 있는 청소년들에게 답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전화나 방문 상담은 전담 상담선생님들이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봉사활동하고 있는 상담센터에서 현재까지 총 26개의 상담을 완료한 그녀가 특별히 기억나는 사연은 한 고등학생이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중학생 때부터 ‘자해’를 시도했다는 고민글이었다. 사연인즉슨 공부가 우울증의 원인이 될 정도로 자신이 미래에 뭐가 될지도 모르겠고, 희망이 없어보여서 스무 살이 되면 ‘자살’까지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이 학생의 고민을 듣고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었지만, “내담자와 직접 얼굴 보면서 고민을 들어주지 못하는 점이 사이버 상담의 한계”라고 말했다. 청소년이 학업과 친구문제 등 부모님께 말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네이버 지식IN에 많이 올리지만 그런 청소년들을 일일이 직접 얼굴 보면서 상담해주지 못해 안타깝다는 게 그녀의 고민이다.
하지만, 그녀는 “비록 직접 얼굴을 보면서 얘기할 순 없지만, 제 ‘경험’과 관련지어서 그들의 마음을 최대한 이해해주고 격려해줘요. 저도 학창시절에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이 많거든요. 그 경험을 떠올려서 제가 그 고민을 겪고 있는 당사자라고 생각하고 상담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사이버 상담 말고도, 그녀는 3학년이던 작년엔 대구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신경병원인 배성병원으로 학교 실습을 나가게 됐다. 병원에서 우울증, 조현병, 알콜성 치매 등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고, 병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상담사 선생님과 함께 참관하며, 부족한 부분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그녀가 맡았다. 그녀는 “처음엔 걱정이 많이 됐어요. 상담하는 병원이 일반 병원이 아닌 신경병원이잖아요”라며 작년 실습에 임한 자신의 힘든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 실습 나갔을 때만 해도 환자들이 ‘무능력’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어요.”사실 그녀는 정신질환자들이 문제가 많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병원에서 누워만 있는 답답하고 무기력한 환자들의 체력을 키우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탁구경기를 보면서, 그녀의 생각은 180도 달라졌다. “환자들이 경기 규칙을 잘 지키면서 적극적으로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들을 보니 저의 이런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정신질환자들에게 거부감이나 편견을 버리고 그들도 똑같은 한 사람으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실습에 나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4학년인 지금 실제 상담에 적용하는 시간을 갖게 된 그녀는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울 땐 몰랐는데,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니 상담을 하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중고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자를 하면서 ‘피아니스트’를 꿈꿨지만, 피아니스트는 돈이 많이 들고, 유학도 가야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피아니스트 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음악’에 관한 직업을 찾던 중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해주는 ‘음악치료사’를 꿈꾸게 됐고, 마침내 그녀는 음악치료사, 미술치료사 등의 직업이 ‘상담심리사’라는 직업에 포함돼 있음을 알고 상담심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상담심리사가 되기 위해, 그녀는 대구 한의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상담심리학 전공을 선택했다.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라고 말한 그녀는 처음엔 심리학 개념들이 생소하고,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배운 상담들을 자신에게 적용해보는 ‘자기분석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상담이론 개념들을 연관시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실습과 상담 봉사활동을 하면서 최근에 그녀는 취업난이나 진로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직업 도움을 제공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후 올해 5월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학교 실습과 병행하면서 취득한 자격증이라 더 보람차게 느껴져요”라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현재 대학 졸업반인 그녀는 대학원 진학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학생 때는 ‘상담 전문가’가 아닌 학생의 신분으로 상담해주고, 상담기법을 배우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나가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그녀에게 대학원은 ‘도약의 발판’이 될 듯하다. 그녀는 “이제 대학원 진학을 통해 공부와 실습을 병행하면서 상담사로서 필요한 자격들을 하나씩 갖춰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내보였다.
최근 노인상담, 청소년 상담, 아동상담 등 상담 분야는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다. 박신혜 씨는 한 곳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공 상담기관이나 대학 및 중·고교 교육 기관, 기업 상담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상담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최근 마음의 병인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맞춤형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요즘은 육체적인 건강보다, ‘마음 아픈 사람’이 훨씬 많은 시대인 만큼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상담사가 되겠다”는 그녀의 꿈은 앞으로도 계속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