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출제 유형 확 바뀐대 ㅠㅠ"...취준생, 전전긍긍
5월 '신(新)토익' 시행 앞두고 "바뀌기 전 미리 점수 따놓자" 응시 신청 급증
2016-02-19 취재기자 이령희
대학생 정민현(22,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 씨는 작년 1년 동안 휴학하고 그 동안 인터넷 토익 강좌를 구매해 토익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5월부터 토익 유형이 바뀐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토익 유형이 바뀌면 익숙하지 않은 문제 유형 때문에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정 씨는 “지금 토익 점수가 낮은데, 토익 유형이 바뀐다니 한숨부터 나왔다”며 “올해 5월 전까지는 기존 유형으로 치루니까 꼭 토익 점수를 올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필수 스펙으로 통하는 토익(TOEIC)이 올해 5월부터 10년 만에 새로운 유형으로 바뀌어 시행된다. 지난 10년간 영어 사용 방법이 진화하고 변화하면서 영어 시험과 문항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주최 측이 내건 이유다.
토익 출제 기관인 미국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 따르면, LC 듣기영역에서 기존 2자 간 대화 이외에 일부 대화문에 3인 이상 참여하는 대화가 새롭게 출제된다. 또 대화문 또는 설명문과 시각 정보(도표, 그래픽) 간 연간 관계를 파악하는 유형도 출제되며, 전체적으로 대화문의 말 길이가 짧아지고 대화 횟수가 늘어나는 등 최근 변화된 대화 경향이 반영된다. RC 독해영역에는 다수가 참여하는 문자 메시지, 메신저 대화, 온라인 채팅 대화문 등이 출제되고, 3개 연계 지문에 대한 이해도를 묻는 문항도 출제된다.
토익 유형 변화가 발표되자, 새 문제 유형을 풀어야 하는 토익 응시생들은 문제 풀이 스킬을 다시 익혀야 한다는 부담감에 토익이 바뀌기 전에 토익 점수를 따두려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 토익위원회에 따르면, 토익응시자 수는 2011년 21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이후 2012년 208만 명, 2013년 207만 명, 2014년에는 200만 명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올해 1월 두 차례 치러진 토익 접수 인원이 갑자기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응시생들이 토익이 바뀌기 전에 빨리 시험을 쳐서 높은 점수를 미리 따려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토익 유형이 바뀌면, 새로운 형태의 지문이 추가되고 문제 유형 자체도 새롭게 바뀌다 보니, 다들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상승할 거라고 걱정하고 있다. 이미 어학원과 유명 인터넷 토익강좌들은 “신(新)토익 실시 전 마지막 시험”이라는 문구와 함께 유형 바뀌기 전에 서둘러서 토익 강좌 듣고 시험보라고 마케팅하고 있다. 1월 정기 토익을 치기 위해 시험장을 찾은 이혁규(27, 경남 김해시)도 “시험장에서 만난 응시생 대부분이 난이도가 상승하면 당연히 고득점 따기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말들을 하고 있다”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익 문제 유형이 바뀌면서 응시자들이 느끼는 토익 난이도는 올라가지만, 회사가 요구하는 토익 점수 기준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다. 이점이 더욱 취준생을 압박하고 있다. 취준생 김윤아(26, 경기도 이천시)도 익숙한 현재 토익 방식에서 고득점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설 연휴에도 토익 공부에 매달렸다”며 “토익이 바뀌는 5월 전엔 목표 점수를 따야 하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전국의 파고다어학원 수강생 89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익 유형의 변경이 수험생의 부담을 가중한다’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5.8%가 동의했다. 또 응답자의 77.3%가 토익 변경 시행 이전에 토익을 끝내야겠다고 답했다. 졸업예정자 현민지(26, 부산시 사하구 당리동) 씨도 원하는 기업에 합격하기 위해선 토익점수 80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현 씨는 혹시나 토익 유형 변경 전에 원하는 점수를 못 받을까 봐 걱정이 돼서 서둘러 학원에 등록하고 시험을 접수했다. 그는 “내가 딱 취업 준비할 때 토익이 바뀌니까 너무 원망스럽다”며 “단기간에 토익 고득점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 벅차고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미국의 출제기관 공식 수험서를 독점 출간해오고 있는 YBM은 수험생들이 혼란 없이 신토익을 준비할 수 있도록 ETS 신토익 공식대비서를 출간하는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생 박현주(22, 부산시 남구 대연동) 씨도 새롭게 토익이 바뀌면서 학원에 등록했다. 그런데 학원에서는 박 씨에게 본인이 원하는 점수대보다 한 단계 낮은 난이도의 수업을 듣도록 권유했다. 그는 “학원 선생님은 아무래도 토익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기존에 700점 수업을 듣던 학생은 600점 반으로 조정해서 듣는게 좋겠다고 한다”며 “이제는 한 단계 높은 반을 듣는 게 아니라 더 낮은 반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YBM 어학원 관계자는 “5월 말에 토익이 바뀐다고 해도 변경된 토익 문제를 반영한 교재도 없고 아직 학생이나 학원 선생님들도 토익의 변화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변화된 토익이 확실히 자리 잡는 1년 동안 학생들의 걱정과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