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고부가 가치 상품으로..."이젠 업사이클링!"
방수용 덮개가 패션 가방, 폐 유리병이 싱크대로 재탄생...전문 업체도 순항
2016-02-24 취재기자 김지원
한 초등학교의 미술시간. 교실 칠판에 쓰여 있는 오늘의 수업주제는 '재활용품으로 물건 만들기'다. 아이들의 책상 위에는 페트병, 유리병, 의류, 휴지곽 등 다양한 재료들이 올려져있다. 한 아이는 휴지곽을 오리고 붙여 작은 수납장을 만든다. 수업이 끝난 뒤, 수납장은 사물함에 보관돼 필기구와 사탕을 보관하는 데 쓰인다. 어른들도 어릴 적 한 번쯤 해봤을 만한 이런 공작은 요즘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이름이 붙여져 교실에서 수업의 주제가 되기도 하고 기업의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한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폐기물을 재사용하는 재활용(recycling)에서 한걸음 나아가 디자인을 입히고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upgrade) 제품으로 재생산되는 것을 말한다. 폐기되는 의류나 천, 폐목재 등이 업사이클링의 재료로 주로 사용된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의류, 인테리어 용품, 악세사리 등이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열린 디자인 행사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는 '올해의 트렌드'로 업사이클링을 꼽았다. 2015년 우리나라에서도 여수세계박람회장과 청계천 광장 등에서 ‘업사이클 페스티벌’이 열려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당시 우연히 청계천 광장의 페스티벌에서 업사이클링 작품을 본 박보경(24, 서울시 성동구) 씨는 이를 통해 업사이클링의 매력을 알게 됐다. 박 씨는 “작품들을 자세히 보니 모두 재활용품들로 만든 것이었다. 작품에 쓰인 재료들을 보면서 쓰레기도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은 매립되는 폐기물 양을 줄이고 지속가능한 재활용을 유도하는 한편 폐기물을 문화와 노동, 산업과 융합시키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게 한국 업사이클 디자인협의의 설명. 또한 업사이클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환경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실천을 확산시켜준다. 한국 업사이클 디자인협회 간사 배민지(28) 씨는 "공장제 제품이 대량생산돼 빠르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업사이클은 폐기되는 자원을 한 번 더 활용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993년 설립된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은 세계적인 업사이클 브랜드로, 트럭 방수용 덮개를 가방으로 재 제작해 판매한다. 국내에 약 20여 개의 매장에 입점해있는 프라이탁은 연간 40만 개의 제품을 생산한다. 대학생 김모(24,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최근 새학기 맞이 프라이탁 가방을 구매했다. 김 씨는 “프라이탁이 재활용품으로 만들어진 가방이라는 것을 알고 그 취지가 좋아서 구매했다. 디자인까지도 예뻐서 더욱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밖의 업사이클링 기업으로는 술병유리, 자동차유리 등을 재활용해 싱크대를 만드는 미국의 ‘베트라주(Vetrazzo),’ 폐목과 폐의류 등을 업사이클링해서 가구를 만드는 독일의 ‘쯔바잇신(Zweitsinn)’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도 대표적인 업사이클링 기업인 ‘터치포굿’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업사이클링 브랜드가 외국 못지않게 성업 중이다. 업사이클링 디자인 협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약 100여 개의 업사이클링 기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기업 ‘바다보석’은 해양 쓰레기 중 오랜 시간 마모된 유리병 조각으로 악세사리, 화병 등 공예품을 디자인한다. 이 회사의 브랜드 '바다보석'은 박물관 중심의 기념품샵, 프리마켓, 블로그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 우경선(50) 씨는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 프라이탁과 같은 공익성 있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 2011년 '바다보석'을 창업했다고. 우 씨는 “바다보석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바다의 쓰레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낀다. 바다유리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봉사가 아닌 자발적으로 해양 쓰레기를 줍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