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영화 <귀향> 열풍, '조용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국민 후원으로 제작비 충당, 14년만에 개봉...무료, 단체관람 붐, 예매율 30%
2016-02-25 취재기자 이주영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귀향> 관람하기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 3.1절이 며칠 남지 않은 현재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귀향> 관람을 촉진하는 분위기가 거세다.
25일 기준, 영화 <귀향>이 28.9%로 예매율 1위를 기록했으며, 2위 <데드풀>(13.5%)과 3위 <주토피아>(12.8%)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또한 <귀향>은 이미 8만여 장에 가까운 티켓을 판매하며 흥행 시동을 걸고 있다.
이러한 <귀향>의 흥행 뒤에는 유명인들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영화 상영관 정보를 담은 기사 링크와 함께 “만약 상영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서울시가 강당, 시민청 등 산하의 모든 시설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사 강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최태성 대광고등학교 한국사 교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사비를 털어 서울 강남에 있는 복합상영관의 5개관(434석)을 통째로 대관, 일반인 무료관람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도 24일 광주지역 예비후보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귀향>을 관람했다. 이와 함께 광주시당은 ‘150만 광주시민 영화 <귀향> 함께 보기’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도 3․1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나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2월 29일 오후 7시, 영화 <귀향>의 구청 직원 단체관람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단체관람에는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을 비롯한 직원 120여 명이 참석해 3․1절의 참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백선기 구청장은 “해운대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 도시로 공무원들도 영화에 대한 교양과 감성을 갖춰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의미 있는 영화를 선정해 직원 단체관람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래 감독기 연출한 영화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1943년 일본군의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나 위안부가 된 소녀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영화다. 투자자를 찾지 못해 제작에 어려움을 겪다가, 배우, 제작진의 재능기부와 7만 5,000여 명이 넘는 국민 후원으로 제작비를 마련, 14년만인 지난 2월 24일 개봉된 화제의 작품이다.
영화 <귀향>을 관람한 사람들이 영화예매 사이트에 남긴 후기를 보면, “영화 등급 때문에 덜 잔인하게 표현됐겠지만, 일본군의 만행은 훨씬 잔혹했을 것이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이주은(24, 울산시 남구 무거동) 씨는 퇴근 후 일하는 동료들과 다함께 영화 <귀향>을 관람했다. 이 씨는 “어린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는 내내 울음을 참느라 힘들었다”며 “좀 더 제대로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다면 더 멋진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