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종이비행기 날리기, 국제대회도 있고 ‘국가대표’ 선수도 있다!

멀리날리기, 오래날리기, 곡예비행 등 3종목 겨루는 3회째 국내 대회에 2500여 명 참가 종이비행기 국가대표 김영준 씨, 세계대회 출전해 입상 꿈꾸며 구슬땀 연습 김영준 씨, “물수제비 대회 등 취미문화 활성화하는 이색스포츠 마케터로도 활동 중”

2019-12-09     취재기자 정재원
종이비행기
사람들은 보통 국가대표 하면 역도의 장미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축구의 손흥민과 이강인, 야구의 이대호나 이승엽 같은 선수들을 떠올리곤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종목의 국가대표가 있다. 종이비행기 대회의 국가대표인 김영준(27, 서울시 성동구) 씨가 그 주인공이다. 좀처럼 듣기 희소한 국내 종이비행기 대회는 에너지 드링크로 알려진 ‘레드불’ 사의 주최로 3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말 그대로 종이로 비행기를 접어 곡예비행, 멀리 날리기, 오래 날리기 등 세 가지 종목을 겨루는 스포츠다. 오스트리아의 비행기 격납고에서 열린 2015년 세계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총 4만 6000 명이 예선에 참가했고, 결선에서는 200명이 자웅을 겨뤘다.

종이비행기 대회의 종목

어린 시절 날리던 종이비행기가 세계적 스포츠가 되다니,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과연 종이 비행기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종이비행기 대회에서 겨루는 세가지 종목은 각각의 규칙이 존재한다.
세계에서
‘멀리 날리기’는 말 그대로 경기장 출발선부터 낙하지점까지의 종이비행기 이동 거리(직선거리)를 측정해 제일 먼 거리를 기록한 선수가 우승하는 경기다. 단, 파울라인이 있기 때문에 파울라인을 벗어나지 않고 경기장 내부에 비행기가 착륙해야 기록이 인정된다.
오래날리기
‘오래 날리기’의 경우, 종이비행기를 날려 바닥에 가장 천천히 착륙하는 사람이 우승을 차지한다. 하늘 높이 올려 바닥에 착륙하는 순간까지의 시간 기록을 측정한다. 던지는 사람의 두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면 안 된다. 김영준 씨는 “날려서 어딘가 부딪히는 순간 측정시간은 종료되기 때문에 최대한 주변 사람들의 비행기가 떨어지는 위치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피해주는 것이 매너”라고 말했다. ‘곡예비행’의 경우, 1분 동안 선수 각자의 컨셉을 가지고 종이 비행기가 나르는 공연을 보여주고 심사위원의 점수로 순위를 정하는 종목이다. 한 바퀴 원을 그리는 루프비행, 장애물 통과 비행, 비행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세가지 조건 중 루프비행을 하지 못 했을 경우 실격이다. 김영준 씨는 “마술사들이 마술 공연을 보여주는 모습과 비슷하게 종이비행기 곡예비행 선수가 종이비행기로 다양한 루프비행, 장애물 통과와 같은 비행 모습을 보여주고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종이비행기 국가대표의 삶

종이비행기
종이비행기 국가대표는 일반 스포츠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나가는 스포츠 국가대표와 달리, 종이비행기 국가대표는 세계대회에 우리나라를 대표해 나갈 국가대표 선발전 종목별 챔피언 3인을 국가대표로 선발하여 출전하게 한다. 김영준 씨는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여 바리스타, 춤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국가대표 분들이 있는데 이와 같다”고 말했다.

그가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된 사연

종이비행기 멀리 날리기 국가대표인 김영준 씨가 종이비행기 국가대표가 된 계기는 단순하다. 중앙대 체육교육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생 시절 시험 기간 우연히 종이비행기 세계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재미로 선발전에 참가한 게 시작이었다. 그 후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과 힘, 여러 정보를 찾아 습득한 종이접기 기술을 연마한 끝에 선발전 예선을 통과하게 됐다. 김 씨는 “기네스북 기록을 가진 챔피언들의 영상을 따라 하다 보니 결승에서도 우승을 차지하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고 말했다. 저번 국제대회에서 아쉽게 입상하지 못한 그는 다음 번 세계대회에 나가 개인, 팀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영준 씨는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꼭 얻고 싶고, 종이비행기 관련 기네스 기록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잘 나는 종이비행기 접는 법

전문가의
잘 나는 종이비행기의 비법은 2mm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종이비행기를 접을 때 보통 중심선을 접고 삼각형으로 접어 내릴 때 선에 딱 맞춰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잘 나는 종이비행기를 접기 위해서는 왼쪽, 오른쪽 각각 2mm 정도 띄워야 잘 난다고 한다. 또 아래로 접어 내릴 때 꼭지 부분이 3.3mm 정도 되게 접는데, 정확한 측정이 어려우면 엄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지점으로 접어 내리는 게 좋다고 한다.

종이비행기 국내대회

국내에서는 매년 ‘무림페이퍼’ 사 주최로 ‘무림페이퍼 코리안컵 종이비행기 대회’가 열린다. 지난 11월 9일 경남 진주시에서 세 번째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국내 유일의 종이비행기 대회다. 이 대회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1회 대회 때 1500명이 참가했으며, 작년 2회 대회에선 2500명이 전국 각지에서 출전했다. 이 대회는 세계대회 기준에 맞춰 멀리날리기, 오래날리기, 곡예비행 세 종목이 진행됐고, 진주지역주민만 참가할 수 있는 진주리그와, 전국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전국리그로 구분됐다. 각 리그/종목별로 예선, 결선을 거쳐 최종 1-5위에게 주어지는 슈퍼컵에서 ‘진주시장상’, ‘공군교육사령관상’ 등이 수여됐으며, 부상으로 한국종이비행기협회에서 발행하는 공식 챔피언 레코드 인증서가 제공됐다.

그가 꿈꾸는 미래

국제대회
김영준 씨는 요즘 많은 사람이 종이비행기 뿐만 아니라 그 외의 이색스포츠를 통해 다양한 취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색스포츠 마케터’라는 신직업인으로 활동 중이다. 이색스포츠 마케터라는 직업을 만들고, 종이비행기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김영준 선수는 종이비행기대회, 물수제비대회 같은 다양한 이색스포츠로 취미가 다양해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김영준 씨는 “누구나 국가대표가 되어 스포츠맨 정신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이색스포츠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이자 계획이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