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고3 교실의 진풍경...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11월 14일, 2020학년도 수능이 끝났다. 고3 수험생들은 수능이 끝남과 동시에 자유의 몸이 됐다. 등교 시간은 늦춰지고, 하교 시간은 빨라졌다. 수업은 1교시부터 4교시까지만 진행된다. 하지만 수업시간에는 수능을 치느라 이미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다 배운 고3 학생들에게 더 이상의 지식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수업이 아니라 자습을 하는 것이다.
자습한다고 이들이 대학에 가서 할 공부를 미리 하는가. 아니면 이때까지 배웠던 지식을 복습하는가. 모두 아니다. 학교에서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을 간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4교시 내내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고 옆 친구와 수다를 떨다 보면 집에 갈 시간이 돼 버린다.
작년 고3 수험생활을 보내고 대학을 온 사람으로서, 앞서 말했던 상황들은 그저 남의 얘기가 아니라 정말 내 얘기였다. 수능 끝난 후의 일상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수능만을 위해 달려왔던 학생들에게 주어진 보상이었다. 수능 전에는 친구들과 수능이 끝나면 할 일을 종이에 빽빽이 적으며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수능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돈도 없었고, 그 일을 이루고자 하는 의욕조차 없었다. 그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리를 쓸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무기력 상태인 고3 학생 교실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미지의 우주 속 공간이 아닐까.
수능이 끝나버리면 그와 동시에 학교 교과 수업도 모두 끝나버린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제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학교 차원 또는 국가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전에는 화장품을 처음 써보거나 잘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메이크업 특강이나 대학 문화 탐방을 가곤 했다. 그러면서 매번 수능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래서 이번엔 국가에서 운전면허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시범 진행 중이고 점차 확대될 거라 하지만 이에 한계가 있다.
운전면허교육 외에도 이제 성인이 되는 학생들을 위해 적금과 청약 등 돈을 관리하는 방법, 학자금대출은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전세 월세의 차이점은 뭔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지만 어른이 돼 인생을 사는 데 정말 중요한 정보들을 가르쳐 주면 좋을 것 같다. 어떻게 학교 선생님들이 다른 수업도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걸 언제 준비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조금만 신경 쓰거나 국가 차원에서 각 기관들과 함께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더 수월하게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매년 수능 끝난 고3 교실의 풍경이 반복되고 있다. 앞으로는 공부만이 아닌 정말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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