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입맛 삼겹살, 외국인들도 "베리 굿"

한 번 맛보곤 '환장'...미국, 호주, 동남아 등서도 3월 3일 삼겹데이 열풍

2017-03-02     취재기자 정혜리
3월 3일은 3과 3이 겹쳐서 삼겹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겹데이라는 날까지 만들어질 만큼 삼겹살은 돼지고기 부위 중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기름기 많은 삼겹살 부위를 구워 먹지 않지만 최근 삼겹살 한류 영향으로 미국, 동남아,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 일명 ‘한국식 고기쌈’이 인기다. 호주 유학생 김혜림(24) 씨는 현지의 친구들에게 삼겹살을 소개해 환호를 받았다.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자주 즐기는 호주문화를 따라 김 씨와 한국 유학생 친구들도 바비큐 파티를 매주 즐긴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파티를 위해 고기와 맥주를 사러 들른 마트에서 김 씨는 삼겹살을 발견했다. 김 씨가 삼겹살을 가리키자, 호주인 친구 휴고(28) 씨는 얼굴을 찌푸리며 “살코기가 반도 안 되는데? 저거 못 먹는 지방 덩어리 아니야?”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호주인들은 공원 바비큐 파티에서는 소시지나 소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들의 눈에는 베이컨 비슷한 삼겹살이 그저 지방 덩어리로 보였던 것. 김 씨는 삼겹살을 사서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호주인, 브라질인, 대만인 등 각국의 친구들을 초대했다. 외국 친구들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삼겹살을 집어 들었다. 지글지글 불 위에서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이 입 안에  들어가자마자 그들의 얼굴에서 조금 전까지 가득했던 미지의 음식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졌다. “정말 맛있다!” “환상적인 맛이다”라는 소리가 쏟아졌다. 일본인 히로미(22) 씨는 “이 소스는 뭐야? 사서 먹어야겠다”며 쌈장에도 관심을 보였다. 삼겹살과 함께 쌈을 싸먹는 쌈장도 인기 만점이었던 것. 그 후 김 씨는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할 때 삼겹살을 빼놓지 않는다. 김 씨는 현지에서의 삼겹살 인기에 대해 “처음 맛보는 친구들이 말 그대로 환장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으로 유학 온 대만인 수 팡이(23) 씨는 한 달에 네다섯 번 쯤은 삼겹살으로 외식을 한다. 그는 “생긴 것은 베이컨과 비슷한데 전혀 다른 맛”이라며 “기름지면서도 고소하다”고 삼겹살의 식감을 설명했다. 수 씨는 삼겹살을 고추장, 와인 등 여러 가지 양념에 찍어 먹거나 채소에 싸서 먹으면 색다른 맛이 있어서 매력적이라며 “대만의 부모님들께도 맛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삼겹살의 인기는 개인적인 기호를 넘어서 새로운 음식문화의 트렌드로도 발전하고 있다. 해외 유명 셰프들이 생삼겹살을 식재료로 사용하는가 하면, 불판 위에 구워 먹는 삼겹살이 한국 문화로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외국에선 삼겹살 구이 외식 브랜드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는 '강호동의 백정,' '종로상회,' '돈의보감' 등의 삼겹살집들이 성업 중이다. 지난해 3개월간 일본 여행을 한 대학생 이누리(29) 씨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도쿄에서 숙소에서 사귄 외국인 여행객들과 함께 외식 레스토랑을 물색하다가 꽤 많은 한국식 고기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던 것. 일본인이 운영하는 한 삼겹살집은 돼지고기를 직원이 직접 구워주는 등 모든 것이 한국의 삼겹살집과 같았다. 이 씨는 “전 세계 사람 누구한테 삼겹살을 구워 줘도 싫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담백하게 구운 고기에 각종 쌈채소, 밑반찬을 더한 삼겹살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아이템”이라며 “국내 브랜드가 계속 해외로 진출하고 가격이 좀 더 싸진다면 삼겹살의 인기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