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사회인에게 자신의 삶이 행복한지 묻는 영화이다. 영화는 2015년 대한민국 서울의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겨울이라는 계절에 더해 도시라는 딱딱한 공간이 영화를 더 차갑게 만든다. 감독은 이러한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등장인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리고 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주제를 전달한다.
영화는 주인공(미소)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2014년에서 2015년으로 넘어가면서 물가가 오르게 되고 미소는 오른 집세를 감당하기 어려워 집을 나오게 된다. 그렇게 대학생 시절 같이 밴드 동아리를 하던 친구 다섯 명을 차례대로 찾아간다. 여기서 등장하는 다섯 명의 친구들은 각자 한 가지씩 고난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고난은 관객들에게 씁쓸한 공감을 남긴다. ‘전고운’감독은 자신이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 보고 겪은 것을 바탕으로 영화를 구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묘하게 우리 주변의 모습과 닮아있다.
미소가 처음으로 찾아가는 친구는 ‘문영’이다. 문영은 대기업 사원이다. 더 높은 직장을 목표로 밤낮없이 일하는 인물이다. 미소가 찾아갔을 때는 밥 대신 포도당을 맞으며 대화한다. 미소는 이러한 문영을 보고 어디 아프냐고 말한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밥 대신 주사 바늘을 꼽고 있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영화 속 문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어느새 자신의 건강을 버리며 일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친구는 ‘현정’이다. 밴드 동아리 시절 키보드를 연주하고 작곡도 하며 꿈을 키우던 현정은 가정주부가 되어 있었다. 고시생 남편과 시부모님을 모시고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현정의 모습이 미소에겐 안쓰럽게 보인다. 미소는 방구석에 놓인 먼지 쌓인 키보드를 보고 현정에게 과거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현정은 눈물을 보이며 미소의 말을 듣지 않는다. 현정은 결혼이 문제라고 말한다. 평소 연락도 안하던 엄마의 얼굴이 결혼을 하고 난 뒤부터는 매일 생각이 난다고 말한다. 그렇게 현정은 울며 잠이 들고 미소는 현정의 집을 나온다.
미소가 다음으로 찾아간 친구는 ‘대웅’이다. 대웅의 집은 난장판이고 아내는 집을 나갔다고 한다. 아내의 부탁으로 빚을 내어 아파트로 이사를 왔지만 대웅에게 남은 것은 아내가 아닌 빚 뿐이었다. 이러한 대웅에게 미소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청소와 밥 뿐이었다. 다시 집을 나온 미소는 ‘록이’를 찾아갔다. 대웅은 이혼을 해 문제라면 록이는 결혼을 못해 문제였다. 록이는 미소를 집에 가두고 결혼을 하자고 한다. 그렇게 미소는 도망치듯이 록이의 집을 나온다.
미소는 마지막 다섯 번째 친구 ‘정미’를 만나러간다. 정미는 이전 친구들과 다르게 호화로운 집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다. 정미와 미소가 대화를 하는 장면에서 정미 뒤로 보이는 넓은 마당과 가사도우미가 있는 집을 보면 정미는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저녁 식사 장면에서 미소와 정미의 남편이 대화한다. 미소는 정미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하고 이를 듣는 정미는 불안해한다. 이어서 정미의 남편은 정미의 과거를 조롱하듯이 말한다. 결국 정미의 행복해 보이는 겉모습은 남편의 멸시를 감싸고 있는 껍데기일 뿐인 것이다. 식사가 끝나고 정미의 미움을 산 미소는 결국 다시 집을 나오게 된다.
이제 갈 곳이 없는 미소이지만 미소가 포기 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담배와 위스키이다. 남들이 보기에 미소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허황된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미소가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소는 다른 인물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미소는 성공에 집착하지도 않고 가난한 현실에 주저앉지도 않는다. 미소는 자신이 원하는 사소한 것들로부터 오는 행복에 만족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담배피고 위스키를 마시는 순간 느끼는 작은 행복이 미소가 살아가는 이유로 충분한 것이다.
반면 다른 인물들은 집도 있고 직장도 있다. 조금 가난하긴 하지만 미소보다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이들은 자신의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찾지 않는다. 더 큰 성공을 쫒다가 성공이 목표가 되어버린 삶을 살거나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우울 속에 빠져 산다.
‘나는 행복을 위한 삶을 행복한 삶이라 착각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감독이 미소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말은 이 질문이 아닌가? 추측해본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