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 운영진 무죄
국민참여재판 결과, 배심원 모두 무죄 평결
사이트 개설 이후, 113명이 양육비 지급
2021-01-15 취재기자 박상현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나 이혼한 싱글맘들에게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들을 고발하는 웹사이트 ‘배드파더스’의 운영진 구(57) 씨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bad father’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등 압박을 가하여 엄마들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이트다. 사이트 내부에는 ‘이런 압박이 정당성을 갖고 있는 근거는,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는 믿음’이라고 적혀있다.
구 씨는 익명의 제보자들에게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사진,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등의 정보를 받은 후,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자에게 전달하여 신상을 공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5일 수원지법 형사 11부 이창열 재판장은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무죄 취지 이유를 밝혔다.
또한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을 받고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피고인의 행동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다수 양육자들의 고통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 사이 배드파더스에 정보가 공개된 부모들(남성 3명, 여성 2명)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구해 9명 중 7명으로부터 기소 의견을 받아 지난해 5월 구 씨를 벌금 3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 씨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사정을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부쳤다.
이후 구 씨 쪽은 국민참여재판을 요청했다. 지난 14일 오전 9시 30분 시작된 국민참여재판은 15시간 넘게 이어지며 구 씨의 행동이 공익적 활동에 부합하는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검찰은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 구 씨는 이들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다.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 씨 쪽은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외국에서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피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구 씨는 최후 진술로 “한국에는 양육비 피해 아동이 100만 명이나 된다”며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양측 주장을 들은 배심원 7명은 모두 무죄 평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