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 “중국인 블로거 박쥐 먹는 장면 올릴 때 설현도 박쥐 먹어...중국인 혐오 대상 삼는 것 옳지 않아”

지난 28일 SNS에서 "한국인도 예전에 박쥐를 먹었다" 언급 "정치인들이 총선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해"

2020-01-31     취재기자 곽희지
신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원인으로 박쥐가 지목되고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커지면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SNS에 글을 남긴 것에 이어 이번에는 그룹 AOA 멤버 설현을 언급했다.

지난 30일 황 씨는 YTN 라디오 ‘이동형이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했다. 그는 지난 28일에 자신의 SNS을 통해 “한국인도 예전에 박쥐를 먹었다”고 작성한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한 번 더 밝혔다.

이날 황 씨는 “제가 기자 생활 했을 때인 1998년, 1999년 이쯤이었다. 황금박쥐와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는데 큰 화제가 됐다. 제 동료기자가 취재를 갔다가 돌아와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황금박쥐 서식지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공개하면 사람들이 다 잡아먹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1999년 기사를 보면 환경부 사무관이 한약재로 박쥐를 남확했다는 말이 등장한다. 그런데 그 기억이 문득 나기에 다시 예전 기사들을 검색해보니까 1979년에는 아예 박쥐 관련된 한 박사님이 ‘박쥐 좀 그만 잡아먹자,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멸종 위기에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의외로 박쥐를 약이 된다고 생각하고 우리가 많이 먹었다는 게 적어도 1999년 사실이다. 자료를 뒤져보니까 동의보감에도 박쥐가 건강에 아주 좋은 것으로 올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황 씨는 SNS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박쥐로 인해서 크게 번졌다고 하는 말과 함께 ‘중국인들은 박쥐를 먹는다’는 것이 나오고 중국인 블로거가 2016년에 박쥐탕을 먹는 장면을 올려졌다고 이야기 한다”며 “인민재판하듯이 ‘중국인들은 미개하다’고 혐오를 조성하는 말들이 언론에서 부추긴다. 제국주의 시대에 미개하다고 식민지 사람들을 미개로 몰고 가기 위한, 혐오를 부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먹는 음식을 두고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다. 그런 방식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도 얼마 전까지 박쥐를 먹었지만 일상식으로 먹은 것은 아니었다. 중국 사람들도 박쥐를 일상적으로 먹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 블로거가 박쥐탕을 먹은 게 2016년이다. 중국에서 먹은 것도 아니고, 팔라우라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가서 먹었다고 한다. 그 영상을 가지고 와서 중국인들한테 혐오 감정을 붙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황 씨는 그 당시 한국 방송에서도 박쥐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SBS ‘정글의 법칙’에 출연한 그룹 AOA 멤버 설현을 언급했다.

그는 “설현 씨가 박쥐 먹는 것을 보여줬다. 거의 같은 시기다. 다른 어느 지역에서 거기는 중국도 아니었다. 우리도 한국이 아닌 지역에 가서 박쥐를 먹는 모습을 보여준 두 영상물이 존재하는데 중국인에 대해서는 미개하다는 혐오의 감정을 붙이고 우리한테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중국인들을 대하고 있는지 그대로 드러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 씨는 “혐오의 감정을 만들어서 이제 중국인에 대한 혐오 감정, 관리하지 않은 정부에 대한 혐오 감정을 연결해서 정치 판도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며 “일종의 정치인들이 총선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이 안 든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고, 중국인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린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은 전 세계에 똑같이 존재한다. 유럽 사람이라고 그런 비슷한 혐오 동식물들, 야생 동식물들을 안 먹었을까? 뒤져보면 온갖 것들을 다 먹었을 것이다. 그런 일을 두고 한 민족, 국가, 국민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르지 않다. 중국인이기 때문에 그런 음식을 먹고 그런 질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다 똑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 씨는 “혐오라는 것은 쌍방이 주고받는 감정이다. 우리가 중국인에 대해서 그리고 특정 한국인에 대해서 차별과 혐오의 감정을 붙이면 그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혐오와 차별의 감정이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된다”며 “우리가 중국인에 대해서 출국금지 등 혐오, 차별의 말을 하는 것. 반드시 우리도 그만큼의 일을 받게 된다. 서로 마음속에 있는 혐오, 차별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 내려놓고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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