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거리 뚫으며 '표심 잡기' 치열한 3인 3색 강행군
[총선 격전지 순례①: 사상구] 손수조‧배재정‧장제원, 출퇴근 인사, 시장 순례, 차량유세 경쟁
20대 총선 유세활동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부산 사상구는 이른바 '박근혜 키드'로 불리는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 '문재인 키드'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의 여·여 대결에 더해 무소속 돌풍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장제원 후보의 3파전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격전지. <시빅뉴스>가 4일 빗속 유세를 펼친 세 후보의 선거운동을 밀착 취재했다.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
19대 총선에 이어 20대 총선에서 다시 도전하는 새누리당 손수조 후보. 새벽 6시 45분, 손 후보는 유권자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인사를 하러 거리로 나왔다. 사상초등학교 인근에서 진행된 출근길 유세는 8시 30분까지 이어졌다. 비 오는 월요일 아침이었지만, 유권자들은 손 후보의 얼굴을 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췄다. 며칠 계속되던 따뜻한 날씨는 온데간데없고 온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힘을 내라는 듯 경쾌한 새누리당 로고송에 길 가던 사람들 중 일부는 양손 엄지를 치켜들어 함께 흔든다. 새누리당 지지자로 보이는 한 유권자는 유세를 지켜 보다 “사상의 딸! 최고다!”하고 외쳤다.
오전 일정을 마친 손 후보는 점심 시간부터는 선거구내 여러 모임에 잇따라 들러 인사를 계속했다. “손 후보 얼굴 한 번 보겠다”며 이곳저곳 들러달라는 부녀회의 요청이 많았다. 오후 2시부터는 중고차매매단지를 돌며 중장년 유권자들도 만났다. 가는 곳마다 먼저 악수를 청하며 “내가 사상초 선배다!” “우리 딸이 이화여대 다니는데” 등의 친근감을 표시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손 후보가 사상구청 앞에서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율동을 보이며 유세를 펼치고 있을 때, 반대편 차로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배재정 후보가 탄 유세 차량이 지나갔다. 배 후보 측에서 “손수조 후보님, 힘내세요!”하고 응원을 보내자, 치열한 경쟁 상대임을 잠시 잊고 양측 모두 마주 웃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후 덕포시장에 들른 손수조 후보는 시장 상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부산에서의 1번’ 인기를 실감케 했다. 저녁 퇴근길 유세는 모라 새마을금고 일대에서 펼쳐졌다. 퇴근길에서도 그를 응원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손 후보는 오후 11시 늦은 시간까지도 사상 지역 곳곳을 오가며 유권자들을 만났다. 선거 운동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손 후보는 “저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라며 멋쩍어 하면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
문재인 새누리당 전 대표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배재정 후보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됐다. 배 후보는 세 시간여 동안 사상구 학장사거리에서 출근길 유세를 벌였다. 20분 간격으로 연설을 이어간 배 후보는 “감전초등학교, 주례여중을 나와 사상이 키운 배재정, 이제 제가 사상을 키우겠다”며 출근길에 오른 유권자들에게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그는 “어린 시절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 서민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어려운 사람 편에서 일하고 어려울 때 손 잡아주겠다”며 서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 자신을 뽑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10시 경부터는 요즘 인기를 끌고있는 더민주당의 '더컷 유세단' 소속인 김용익·김광진 의원이 유세 지원에 나섰다. 배 후보는 두 의원과 함께 유세 차량을 타고 사상구 전역을 돌다 감전시장 앞에 멈춰서 시장상인들과 주민들에게 연설을 펼쳤다. 김용익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야당을 찍어 달라 호소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안다. 배재정 후보도 쉽지 않은 것 알면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니 지지해 달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전라도에서도 여당 의원이 조금 있고 경상도에서도 야당 의원이 조금 있어야 우리나라 정치가 잘 돌아간다”며 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배 후보의 오후 일정은 2시께 선거사무소에서 CBS 라디오 매거진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사상구 동별 투어 유세차량 탑승인사가 계속됐다. 퇴근 시간인 6시에는 덕포역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퇴근인사를 한 다음, 밤늦은 시간까지 지지를 호소하면 사상구 전역을 누볐다. 배재정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청년들이) 투표 안 하고 취업 공부만 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저와 야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자신을 위해, 아이를 위해, 부모를 위해 투표합시다. 투표가 대한민국을 살리고 부산을 살리고 사상을 살린다”며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무소속 장제원 후보
손·배 두 후보가 재래시장, 경로당 등을 누비며 표심 얻기에 나선 데 비해, 무소속 장제원 후보는 이날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모라동에서 출퇴근길 집중 유세를 펼쳤다. 이날 장 후보는 오전 7시와 오후 5시 경 두 차례에 걸쳐 사상구 모라동 신모라 교차로에서 출퇴근하는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18대 사상구 국회의원으로 지낸 장 후보는 사상구를 여성 우선 공천 대상지역으로 확정하고 손수조 후보를 공천한 새누리당의 결정에 반발해 탈당하고 이번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재직 기간, 삼락천에 물고기가 살게 만들고, 도시철도와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저는 이미 검증된 정치인입니다"라고 자신에 대한 홍보로부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주택가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해 모라동에 지하 주차장을 건립하고,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를 운영하는 등 구민들의 복지에 힘 쓰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더민주 김광진, 김용익 의원이 배 후보 지원 유세에 가담하고, 전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중진들이 방문해 손 후보에 힘을 실어준 것을 의식했는지, 장 후보는 시종 "외롭게 싸우는 무소속"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온실 속 화초가 아닌 구민과 함께하는 잡초같은 존재, 진정한 정치인이 되는 길에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장 후보의 연설 중간에는 그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장제원! 장제원!"을 외치며 환호했다. 장 후보는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나가는 차량의 운전자들에 인사하고, 반대편 인도에서 연설을 들어 준 유권자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눴다. 장 후보의 유세를 지켜본 회사원 박성태(2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최근 사상에 이사 와서 장제원 후보를 오늘 처음 봤다. 연설을 들어보니 열의가 넘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구민 이억자(68, 부산시 사상구 삼락동) 씨는 "장 후보는 4년간 국회의원으로 일했던 사람이라 신뢰가 간다. 이번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를 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상구 여론조사 동향
가장 최근의 사상구 여론 조사 결과, 장 후보의 지지율이 두 후보에 일단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가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장 후보가 43.4%의 지지율로 두 후보를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손 후보는 22.3%, 배 후보는 21.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1~2일 사상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지역별·성별·연령별 가중치를 부여해 유선전화 ARS로 실시했으며, 95% 신뢰수준에 허용오차 ±4.4%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