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7세 소년, '코로나' 환자도 아니면서, 왜 제때 입원을 못하다, 끝내 숨졌나?

정 모 군, 빗속 '마스크 5부제' 줄섰고, 고열증세 병원 찾았으나 '코로나일지 몰라' 입원 못해 코로나 검사 받으며 병원-집 오가다 뒤늦게 입원, 엿새 만에 사망... 코로나 검사 '최종 음성'

2021-03-19     취재기자 김하은

대구 고교생 정 모 군은 올해 17세다. 대구·경북에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마스크를 사러 나갔다가 빗속에서 오래도록 시달렸다. 지난 12일 체온이 41.5도에 이르는 고열에 병원을 찾았으나, 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은 혹 그가 “코로나 환자일지 몰라” 입원을 시키지 않고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정 군은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땐 폐렴증세를 보였고, 역시 입원을 하지 못해 귀가했다가 뒤늦게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정 군은 대학병원에서 병세가 급격하게 악화, 18일 끝내 사망했다. 어머니에게 “엄마, 나 아프다!”는 말을 남긴 채.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정 군의 코로나 검사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내렸다. 참, 가슴 아픈 정 군의 사연이다.

대구

중앙일보가 정 군의 아버지를 취재한 보도에 따르면, 정 군은 지난 10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고,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경산중앙병원에서 약만 받고 집에 돌아왔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태가 위독해져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엿새간 치료를 받다 18일 오전 끝내 숨졌다.

정 군은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밖에 나간 뒤부터 발열 증상을 보였다. 비가 오던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동안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했고, 그날 밤 발열 증상을 호소했다.

정 군의 아버지에 따르면, 정 군은 아버지가 운영하는 학원에 한 번 들린 것 외에는 최근 3주간 외출한 적이 없어 코로나를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감기약을 먹였는데도 열이 내리지 않아 병원을 찾아갔다는 것이다.

정 군은 12일 어머니와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체온은 41.5도로 나왔지만, 의사가 “선별진료소가 닫아서 다음 날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해, 해열제와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정 군은 13일 일찍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검사와 폐 X선 촬영을 진행했다. 의사는 “폐에 염증이 있으니 더 센 약을 처방해주겠다”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집에 가서도 정 군은 열이 내리지 않았고 숨쉬기도 힘들어했다.

정 군의 어머니는 오후 4시즘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병원은 “사실 정 군의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3차 병원으로 가기 위한 소견서를 써주겠다”며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고 한다. 병원에 도착한 정 군의 부모는 병원 측에서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진 정 군은 격리병실에 들어서게 됐다. 그리고, 정 군 부모는 엿새동안 차 안에서 아들을 기다리며 완치 소식을 기다렸지만, 그는 끝내 숨졌다.

역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산중앙병원은 19일 정 군의 죽음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경산중앙병원에 따르면, 정 군은 12일 오후 6시쯤 처음 고열증세로 이 병원을 찾았다. 당시 응급실로 왔으나 코로나 19 의심증세가 있어 병원 내 선별진료소로 장소를 이동해 치료했다. 다만 선별진료소 운영이 끝난 시간(오후 6시까지)이어서 코로나 19 검사는 받지 못했다.

병원 측은 "이날 폐렴증상을 보여 코로나를 의심했으나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입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정 군에게 수액과 해열제를 맞혀 집으로 보냈다"고 했다.

이후 집에 돌아간 정군은 상태가 급격히 악화, 다시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가 이 병원의 권유에 따라 영남대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정 군의 코로나 검사결과 최종 '음성' 판정을 내렸다. 질병관리본부가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등 대학병원에서 교차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시험기관의 모든 검체검사에서 코로나19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정 군은 총 13번의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전날까지 받은 12번의 검사 결과는 쭉 음성으로 나왔지만, 사망 당일 받은 소변 검사에서 양성 소견이 나왔다. 방역당국은 소변 검사 결과를 '미결정'으로 판단하고, 이 고교생의 검체를 복수의 대학병원에 보내 교차 검사를 진행했다.

정 군의 부모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경이다. 10대 고교생이 고열에 시달리다, 코로나19 우려에 걸려 제 때 입원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걸려 ‘골든아워’를 놓친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 우리 의료체계는 언제든 이처럼 허술할 수 있는가 하는 걱정.....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앞에서 ‘세계 속 방역모범’을 자찬하면서도, 어떻게 코로나 확진자도 아닌 한 고교생을 이처럼 놓칠 수밖에 없었을까. 두루, 참 생각할 것 많은 안타까운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