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언택트 시대에 언택트 세대가 느끼는 사람 냄새의 그리움
이른 아침 출근하기 전, 무인 편의점을 찾아 아침 식사를 구매한 후 자율주행서비스를 가진 버스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터치스크린을 통해 정보를 입력하는 키오스크를 사용하여 주문한다. 점심을 다 먹고 난 후 소화도 시킬 겸 회사 근처의 카페에 가서 로봇 바리스타에게 커피를 주문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인공 지능 스피커가 잘 다녀왔느냐는 말을 걸어주고 반려 로봇이 나에게 와 안긴다.
현재 통상적으로 우리는 이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이는 머지않아 우리에게 스며들 삶의 방식이다. 그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며, 그 누구와도 대면하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만이 살아온 하루는 편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들게 한다. ‘언택트(un+contect)’는 사람과의 대면 없이 첨단기술을 활용해 상품 및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언택트는 왜 현대사회에 편리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나타내는 모순을 가지게 됐을까?
지난 학기 수업을 마치고 요기를 하러 학교 밑에 있는 맥도날드를 가게 됐다. 매장 안에는 키오스크가 갖춰져 있었다. 항상 요긴하게 쓰는지라 그 날도 어김없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위해 줄을 서게 됐다. 매장 안의 키오스크는 총 3대였다. 내가 서고 있는 줄만 빠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순간, 답답함과 동시에 앞을 보게 됐다.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은 내 아버지 연세쯤 된 장년의 남성분이었고 키오스크 사용하는 법을 잘 모르는지 쩔쩔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봄과 동시에 인터넷뱅킹이나 무인시스템을 잘 못 다루며 나에게 도와달라는 내 아버지의 모습과 겹치면서 괜히 그 분이 안타까웠다. 나에게는 터치 몇 번으로 유용하게 사용되던 그 언택트 시스템이 누군가에게는 세대를 따라가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기피대상이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나 온라인 상품권 같은 e 쿠폰 또한 언택트 시스템이다. 중앙일보의 한 기사에서, e 쿠폰을 애용하는 한 시민이 “직접 만나서 선물을 줄 만큼 친하진 않지만 인간관계는 유지해야 할 때 e 쿠폰을 전달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대면이 특성인 온라인에서는 서로를 살뜰히 챙기지만 현실에서는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어 온-오프라인에서의 대인관계 온도 차에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표정이나 눈빛 등 비언어적 메시지를 접할 기회가 부족해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부족하단 것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찰리 채플린의 영화 <위대한 독재자>에서는 “우리에게는 기계보다 인류애가 더욱 절실하고,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비참해지고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인류에게는 언택트 시스템을 통해 얻게 된 첨단기술의 희망이 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는 세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누군가를 뒤돌아볼 수 있는 관용의 사회를 구축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