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팔이' 길거리 유객행위 극성, "해도 너무해"
젊은 여성들 골라 강제로 잡아끌기..성추행 가까운 스킨십도 예사
2016-04-11 취재기자 김정이, 오윤정
대학생 박혜영(22, 부산 금정구) 씨는 최근 약속장소를 가기 위해 부산의 서면 번화가를 바쁘게 걷다가 한 남자가 자신의 손목을 느닷없이 잡아끄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비명을 지르며 뿌리치려 했으나 젊은 남자의 힘을 당할 수 없었다. 몸을 비틀며 "왜이러시는 거예요"라며 고함을 치자 그는 "아, 잠시 시간 좀 내주세요. 저기 가게에 가서 스마트폰 신제품을 소개할까 합니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휴대폰 판매원, 속칭 '폰팔이'였다. 그 후에도 박 씨는 이 '폰팔이'들의 강압적 스킨십 호객 행위를 여러 번 겪었다. 매번 바쁘다고 거절했으나 그들은 대부분 물러서지 않고 막무가내로 덤벼들었다. 박 씨는 "폰팔이들의 지나친 호객행위와 강압적 스킨십을 당하면 불쾌감을 넘어 정신적 충격까지 받게 된다"면서 "그 이후로는 서면 번화가를 혼자 거닐기가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지혜(22, 부산시 수영구) 씨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경성대 앞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지나가던 이 씨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판매원이 뺏어간 것. 이 씨가 판매원에게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하자, 직원은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주겠다고 해서,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매장 안으로 그 직원을 따라 들어갔다. 그는 “처음에는 매장으로 들어오면 휴대전화를 돌려주겠다더니, 매장 안에 앉아서 설명을 들어야 주겠다고 말장난을 쳤다”며 “한참 실랑이를 한 뒤에야 겨우 매장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최근 번화가에서 휴대전화 판매원들의 과도한 호객행위가 행인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들은 주로 여성들을 표적으로 팔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 신체접촉까지 시도하고 있다. 심지어 여성의 소지품을 빼앗아 매장 안으로 끌어 들이는가 하면, 심할 때는 팔짱을 끼고 납치하듯 매장 안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이처럼 신체접촉을 동반한 과도한 휴대폰 강매가 극성을 부리는 것은 휴대폰 판매업소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업체끼리 치열한 경쟁이 붙기 때문이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최모(37) 씨는 “내가 운영하는 매장은 동네 장사라 경쟁사가 그리 많지 않지만, 번화가와 대학로에는 판매점이 골목마다 있어서 경쟁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폰판이'들이 이처럼 거리 강매에 나서는 또다른 이유는 개인 실적 때문. 휴대폰 판매량에 따라 개인 수당이 천차만별이어서 실적에 대한 압박 때문에 호객행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산진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원 이모(25) 씨는 “실적을 채워야 해서 호객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가장 공략하기 쉬운 상대가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쉽게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갓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나 여학생들이 직원들의 설득에 쉽게 넘어오기 때문에 그들이 판매원들의 호객행위 대상이 되는 일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도 휴대폰 거리 강매의 또다른 문제점이다.
대학생 조모(26) 씨는 얼마 전 폰팔이들이 길가는 젊은 여자의 팔을 잡아 끌거나 팔짱, 또는 어깨동무를 하면서 인근 휴대폰 매장으로 끌고 가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 조 씨는 "한번은 어느 커플이 '폰팔이'들과 길거리에서 실랑이를 하다가 싸움으로 번지는 장면을 목격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도한 호객행위가 처벌된 사례도 있다. 2012년 부산진구 부전동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 7명이 지나가던 여대생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는 호객행위를 빙자한 성추행으로서 판매원들은 이 여대생의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만지는 행동을 수차례 한 것.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중 밀집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실적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손님에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성추행 사건도 발생한다"며 "청소년들이나 젊은 여성들은 지나친 스킨십을 당했을 때는 적극적으로 신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법률사무소에 근무하는 윤승환 씨는 지나친 호객행위에 불쾌함을 느꼈다면 바로 불쾌감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휴대전화 판매원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하고 그럼에도 강매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무리한 호객행위를 하는 일부 '폰팔이'들 때문에 정상적인 방식으로 영업 활동을 하는 다수의 휴대폰 판매원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 휴대전화 판매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김모(25, 부산 동래구) 씨는 여성들에게 성추행에 가까운 호객행위를 하는 일부 '폰팔이' 때문에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씨는 “휴대전화 판매 실적이 수입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모든 휴대폰 판매원이 다 그렇지는 않다. 상담을 받으러 오면 휴대푠 성능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면서 성실히 영업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통신사는 이같은 강제 호객행위에 대해 자신들이 시킨 것이 아니라고 발뺌할 뿐 근본적 대책 마련에는 팔짱을 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판매점의 호객행위는 결코 통신사의 지침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본사에서 호객행위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만약 휴대폰 강매를 하는 지점이 있다면, 해당 지점을 (본사) 담당자에게 신고해 주면 이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통신사가 영업대리점을 통한 과도한 경쟁체제를 벌이는 것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통신사가 소비자들의 신고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길거리 호객 행위 자체를 막는 근본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