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사재기, 역주행 곡 등장...무너지는 음악계 상도의에 노력하는 아티스트들은 운다
2020-03-31 부산시 기장군 박현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음악을 접한다. 음악을 듣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바로 음원 사이트다.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면 원하는 음악을 직접 찾을 수도 있지만, 가장 쉬운 방식은 음원 순위를 이용하는 것이다. 음원 순위는 다양한 기간과 장르별로 구분되어 있어 우리는 쉽게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음원 사재기로 인해 음원 순위의 공정성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음원 사재기에 대한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금액 견적서 등의 증거가 공개되어 또다시 화제가 됐다.
음원 사재기란 특정 노래 관계자가 브로커에게 돈을 지급하면 업체가 특정 음원을 공장식으로 재생하여 음원 순위를 조작하는 것이다. 통계청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음악을 선택할 때 음원 순위를 고려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2.8%였다. 이렇듯 음원 사이트의 순위를 고려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 많으므로 사재기로 인한 순위 조작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음원 차트에 진입하는 것 하나로도 많은 사람에게 그 음악을 알릴 수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 음악들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점점 상위권 순위의 음악보다는 원하는 음악을 직접 찾아 듣게 됐다.
사재기 의혹에 대한 기획사 측의 입장은 마케팅 방법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음원 사이트 조작은 단순한 마케팅이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몇 년간 발매 당시 사랑을 받지 못했던 음악들이 시간이 지나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어 다시 순위가 오르는 일명 ‘역주행’ 곡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는 일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 방송이나 입소문을 통해 뒤늦게 인기를 얻고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이와 달리 사재기를 통해 순위가 올라간 곡들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하게 순위가 올라가는 그래프 추이를 보인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재기 음원들이 역주행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정당하게 음악을 하는 다른 아티스트들까지 의심을 받기도 한다. 끊임없는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인해 음원 차트에 모르는 가수가 있으면 ‘혹시 사재기인가?’라는 의문을 품는 경우가 많아졌다.
계속되는 음원 사재기 논란 속에서 음원 사이트 이용자들은 순위에 대한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 대중들에게 음악을 제공하는 음원 사이트들이 이를 묵인하고 방관해서는 안 된다. 최근 음악플랫폼 ‘플로’는 음원 사재기를 막기 위해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24시간 누적 차트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음원 사이트들이 나서서 차트를 개혁하면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 대중뿐만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음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티스트들을 위해 공정한 음원 시장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