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거조?...조주빈 때문에 생긴 조씨 수난시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정보화시대에선 소셜미디어가 주는 영향은 생각보다 아주 크다. 다수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며 크고 작은 정보들을 얻는다. 인터넷 기반의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의 소셜미디어 사용량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만큼 이에 따른 문제점도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불법 성 착취 영상물 공유 사건인 일명 ‘n번방’ 수사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사건의 중심인물인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다. 사람들은 기다린 듯 이를 퍼트려 나갔고,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고 비난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춘 사람들이 악의적인 사실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기 시작했다. ‘믿거조’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인데, 이 단어는 ‘믿고 거르는 조 씨’를 줄인 말이다. 다른 조 씨 성을 가진 범죄자들의 이름을 묶어 리스트를 만들고 이제 조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믿고 걸러야 한다며 ‘믿거조’란 단어를 만들어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으로 퍼졌고, 이제는 사람들이 흔하게 쓰는 말이 돼버렸다.
이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조 씨 성을 가진 사람들은 불쾌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다.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주변에서 장난이랍시고 ‘믿거조’란 단어를 남발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조 씨 성을 가진 나 또한 그 단어를 통해 불쾌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고, 내 형제들도 친구들이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자신이 마치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는 기분을 느꼈다며 불쾌함을 토로했다.
사실 이 단어는 ‘n번방’사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주 예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거론되던 단어였다. 잠잠하다 싶더니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가 가까워지면서 다시 불이 붙었고, 최근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그 단어가 사실인 것마냥 그들끼리 확정 지어버렸다. 이 논리에 따르면, 사실 조 씨가 아닌 다른 흔한 성씨를 가진 사람들의 범죄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다. 하지만 조 씨라는 성이 특정하게 기억된다는 이유로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편리하게 정보를 얻게 되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악의적인 단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일반화시켜 유행을 일으키는 행동은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소셜미디어의 문제점을 깨우치고, 이를 이용하는데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