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유명한 트로트가수”...2030세대에 불어 닥친 트로트열풍
트로트 가수 꿈꾸는 김민수 씨 “이찬원처럼 앞으로 달려갈 것”
젊은이들도 트로트가 다양한 장르와 접목돼 “촌스럽지 않아”
2021-04-13 취재기자 이동근
부경대학교 인쇄정보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민수(23, 경남 김해시) 씨에게 트로트 가수는 꿈이자 염원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은 그의 가슴에 불을 활활 타오르게 했다. 김민수 씨는 “내 꿈은 이찬원처럼 대학생이지만 유명한 트로트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씨의 꿈이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였던 것은 아니다. 김 씨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으로 트로트를 많이 듣고 자랐고, 최신가요보다 더 많이 들을 정도로 좋아했다. 김 씨는 “트로트는 다른 장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뚜렷한 목적이 없이 대학만 가자는 생각으로 2016년 부경대학교에 입학했고, 지난 2019년 5월 학교 축제에서 ‘부경트롯’이라는 트로트 경연대회가 열리자 감추어져 있던 흥이 되살아나 무대에 도전했다.
김 씨는 20여 명이 지원한 부경트롯 예선전을 심사위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통과해 본선에 진출했지만, 최종 결과는 좋지 않았다. 1분 동안 무대를 선보이는 예선전과는 달리 본선은 노래 한 곡을 완창해야 하는데 처음 무대에 오른 김 씨가 댄스까지 추며 노래를 부르기엔 버거웠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됐던 ‘부경래퍼’나 ‘부경가요’에서는 맨 마지막 출연자가 1위를 차지했었는데 부경트롯의 맨 마지막 순서는 김 씨였다. 결국 김 씨는 마지막 순서에서 오는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무대를 마쳤다. 김 씨는 “결과는 아쉬웠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며 “무대가 즐겁고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김 씨에게 자극제가 된 것이 바로 <미스터트롯> 참가자들이다. 김 씨는 “특히 이찬원은 나랑 같은 대학생이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나도 계속해서 트로트 가수의 꿈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기회가 된다면 <미스터 트롯2>에 출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로트에 푹 빠진 대학생은 김민수 씨뿐만이 아니다. 대학생 김성현(24, 경남 김해시) 씨는 요즘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스터 트롯>을 재밌게 봤기 때문이다. 트로트에 대해 전혀 몰랐던 김 씨는 <미스터 트롯>을 보고 “트로트가 전혀 촌스럽지 않았다”며 “좋은 노래를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한 <미스터 트롯>은 중장년층과 노년층뿐만 아니라 2030세대, 더 나아가 10대마저 사로잡으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미스터 트롯>의 주역들은 광고계와 방송계를 종횡무진하며 활약하고 있다. 임영웅과 영탁을 응원하는 주부 권세경(53, 경남 김해시) 씨는 “무명가수들이 끊임없는 노력 끝에 인기를 얻고 성공해서 보는 내가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엔카에 영향을 받아 생긴 음악 장르다. 트로트의 음계는 파 음과 시 음을 뺀 단조 5음계(도레미솔라)이고, 박자는 4분의 4박자로 2박 계열인 ‘쿵짝 쿵짝’으로 이루어져있다. 음계와 박자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트로트는 ‘꺾기’라 불리는 보컬기술에 한(恨)과 희노애락을 곁들여 간드러지게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구슬픈 가사에 흥겨운 분위기를 더해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사랑을 받으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어르신들만 좋아하는 장르’라는 인식이 그간 우리 주위에 깊게 박혀있었다.
트로트는 어떻게 젊은 팬들을 저격했을까? 대학생 김성현 씨는 트로트가 요즘 노래, 요즘 트렌드로 변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근 트로트가 단조롭던 음계와 박자를 깨부수고 발라드, 락, 댄스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해 ‘신박’ 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사랑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가사로 한 노래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미스터 트롯> 참가자들의 끼와 퍼포먼스가 젊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생 추상욱(24, 경남 양산시) 씨는 “마술이나 태권도 등이 가미된 퍼포먼스가 대단했고 참가자들이 아직 어리지만 트로트를 맛깔나게 부르는 것도 신기했다”며 “참가자들의 재능과 실력이 너무 출중했기 때문에 현재의 높은 인기를 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