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의 오만, 성난 민심에 심판당했다
더민주보다 적은 122석 그쳐...박근혜 레임덕, 정국 요동 불가피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선거 혁명'이 펼쳐졌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거대한 민심의 표출이었다. 개표 결과 14일 오전 6시 30분 현재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지역구 110석, 비례대표 13석), 새누리당이 122석(지역구 105석, 비례대표 17석), 국민의당이 38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 정의당이 6석(지역구 2석, 비례대표 4석), 무소속이 11석을 각각 확보했다. 이로써 여소야대 정국이 현실화됐다.
수도권에서 괴멸적 타격을 입은데다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무소속에게 많은 의석을 빼앗긴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에도 패해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났다. 향후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내줌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현실화됐고, 여당은 국정 추진에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 이로써 당내 책임론을 둘러싼 거센 후폭풍이 몰아쳐 당이 난파 수준으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 오세훈, 김문수 등 여권 대선주자들도 각기 선거 책임론과 본인의 낙선 등으로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둔데다 부산과 경남에서도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8석을 얻는 등 기대 밖의 승리를 거둔 데 힘입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섬으로써 향후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야권의 불모지인 대구에서 당선자를 내는 등 전국 각 시도에 모두 당선자를 냄으로써 명실상부한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추게 된 것도 이번 선거에서 얻은 소득이다. 그러나 전통적 텃밭이었던 호남을 거의 통째로 국민의당에 내 준 것은 향후 대선 가도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호남의 지지를 받지 않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고 공언했던 문재인 전 대표도 향후 진로를 놓고 고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대구의 김부겸 당선자 등 새로운 대권주자도 떠올라 향후 대권 레이스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광주를 싹쓸이한 것을 비롯, 호남에서의 대승과 정당투표에서의 호조를 발판삼아 약진했다. 당초 목표했던 40석 확보에 근접한 성적을 내면서 원내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함으로써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양당의 경쟁의 한 가운데 서서 각종 국정현안에서 '캐스팅 보터'의 역할을 거머쥠으로써 향후 정국 운영에서 '태풍의 눈'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안철수 대표 역시 유력 대권주자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당선자 대부분을 호남에서만 냈을 뿐 수도권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해 '호남 자민련'이란 지역당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서 2명, 비례대표 4명을 낸 정의당은 최소한의 입지를 구축했지만 3당 체제에 떠밀려 아쉬움이 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의당은 향후 거대 3당의 틈바구니에서 진보의 목소리를 어떻게 대변할 수 있는가란 과제를 안게 됐다.
부산, 더민주 사실상 승리
새누리당의 전통적 아성인 부산의 18개 선거구 가운데 5곳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새누리당은 부산에서 더민주당 5석과 무소속 1석을 내주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3당 합당' 이후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사상과 사하을 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던 더민주당은 이번에 추가로 3석을 얻음으로써 견고했던 새누리당의 아성을 허무는 데 성공했다.
18개 지역구 가운데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북강서갑에서 세 번째 도전한 더민주 전재수 후보가 3선을 노리던 새누리당 박민식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사하갑의 최인호 후보도 새누리당 김척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기쁨을 맛보았다. 이로써 김해갑을과 함께 '낙동강 벨트' 전투에서 더민주가 대첩을 거둔 것으로 판명됐다.
새누리의 전통적 텃밭이었던 연제구에서도 젊은 패기를 내세운 더민주 김해영 후보가 여성부 장관 출신의 새누리당 김희정 후보를 꺾었다. 새누리당 정책통인 나성린 후보와 서울에서 재선을 한 김영춘 후보가 맞붙었던 부산진갑에서도 이변이 연출돼 잇단 낙선에도 '부산의 김부겸'을 자처하며 부산을 지켰던 더민주 김 후보가 당선됐다. 박근혜 키즈 손수조 후보와 문재인 키즈 배재정 후보,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한 장제원 후보가 출마한 사상구에서는 장 후보가 배 후보와 접전을 벌인 끝에 최종 당선됐다.
이밖의 지역에선 모두 새누리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중영도구 김무성 △서동구 유기준 △부산진을 이헌승 △동래 이진복 △남구갑 김정훈 △남구을 박재호 △북강서을 김도읍 △해운대갑 하태경 △해운대을 배덕광 △사하갑 더민주 최인호 △사하을 조경태 △금정 김세연 △수영 유재중 △기장 윤상직 후보 등이 면면들이다.
수도권, 더민주 압승 · 새누리 괴멸
총 122석을 가진,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였던 수도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에 압승을 거뒀다. 49석이 걸린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는 35곳, 새누리당은 12곳, 국민의당은 2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새누리당은 강남‧서초‧송파 등 전통적인 텃밭인 강남지역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대부분 지역에서 야당에 패배했다. 종로에서는 더민주 정세균 후보가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오세훈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밖에 △서대문갑 우상호 △광진을 추미애 △동대문을 민병두 △중랑갑 서영교 △강북을 박용진 △도봉갑 인재근 △마포갑 노웅래 △구로을 박영선 △마포을 손혜원 후보 등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 한편 노원병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를 꺾었고 관악갑에선 국민의당 김성식 후보가 당선됐다.
60석이 걸린 경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완승을 거뒀다. 더불어민주당은 40석, 새누리당은 19곳, 정의당이 1곳을 차지했다. 13석이 걸린 인천에선 더불어민주당이 7석, 새누리당이 3석, 무소속이 2석을 차지해 더민주가 우위를 보였다. 인천에서는 계양을에 출마한 더민주 송영길 후보가 당선됐으며, 새누리당을 탈당해 남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상현 후보도 4선에 성공했다.
호남, 국민의당 싹쓸이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이 기존 맹주 더민주를 몰아내고 싹쓸이에 가까운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구 28곳 중 23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특히 광주에서는 8석 모두를 휩쓸었다. 반면 더민주는 텃밭인 광주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참패했다. 전남에서는 담양·함평·영광·장성 선거구에서1석만을 확보했고, 전북에서 익산갑, 완주·진안·무주·장수 2곳 선거구에서만 승리를 거두는 데 그쳤다. 이로써 국민의당은 예상대로 호남을 접수하며 당내 제3당으로서 안정적 지위를 확보했다. 새누리당은 순천에서 이정현 후보가, 전주을에서 정운천 후보가 각각 당선되며 호남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영남, 새누리당 텃밭서도 부진
새누리당은 전통적인 텃밭 영남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영남 지역구 65곳 중 새누리당은 48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부산에서는 18곳 중 12곳을 확보했다. 대구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더민주를 탈당해 무소속으로 북구을에 출마한 홍의락 후보가 당선됐으며, 주호영 전 의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새누리당 후보를 눌렀다. 동구을에서는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0%에 가까운 득표율을 올렸다. 수성구갑의 더민주 김부겸 후보도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물리쳤다. 울산 역시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했다. 6개 지역구 중 3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됐다. 경남에서는 16곳 중 3곳에서 더민주가 승리했고,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창원성산에서 이겼다. 경북에서는 13개 선거구를 새누리당 후보들이 싹쓸이 했다.
비례대표서도 새누리당 지지율 하락
비례대표에서도 새누리당은 정당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지는 최악의 성적을 받았다. 야권에서는 지역구 투표와 정당 투표를 다르게 하는 ‘교차투표’가 이뤄지면서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앞서기까지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결과, 총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새누리당은 17석, 국민의당 13석, 더민주 13석, 정의당이 4석을 확보했다. 14일 오후 6시30분 현재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 33.5%, 국민의당 26.7%, 더민주 25.5 %, 정의당 7.2%을 각각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