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대학생 휴학…“일단 쉬면서 활로 모색”

통계청 2019년 휴학 경험자 비율 54%, 계속 증가세 대학생들 휴학 긍정적 인식... "목적있는 휴학 돼야" 목소리

2021-05-19     취재기자 김해영
대학생활의 황금기를 보내야 할 때, 학업을 잠시 내려놓고 진로를 고민하는 ‘휴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취업을 위해서 휴학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휴식이 필요해서 휴학하는 사례도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조사의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휴학 경험자 비율은 40.3%, 2016년은 44.6%, 2017년은 50.7%, 2018년은 53%, 2019년은 54.3%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4%나 증가했다.
통계청의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알바몬이 4년제 대학에 재학중인 1~4학년 1276명을 대상으로 ‘올해 1학기 휴학할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학생들이 휴학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자금 마련이었다. 알바몬은 아르바이트 관련 전문 포털 사이트다. 2019년에 휴학했다는 대학생 이상은(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등록금을 내가 마련할 처지여서 1학년 끝내고 바로 휴학했다”면서 “꼭 학자금 때문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하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학에서 하는 생활과 일자리에서 하는 사회생활은 여러모로 다르다”면서 “휴학 이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자금 대출을 여유롭게 갚기 위해 3학년 끝나고 한 번 더 휴학할 생각이다. 그때는 다른 공부도 해보고 싶다. 여유가 된다면 해외여행도 가고 싶다”며 나름의 휴학 계획을 소개했다.
대학생들의
휴학생 강은혜(21, 대구시 동구) 씨는 “어학 공부와 자격증 취득 등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서 휴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어 좋고, 학기 중보다 여유롭고 즐거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휴학에 따른 불안감도 털어놓았다. 강 씨는 “가끔씩 열심히 학교 다니는 동기들을 보면 '나는 지금 뭐하고 있지?'라는 걱정과 불안감도 없지 않다. 그럴수록 휴학 이유를 되새기곤 한다"고 했다. 취업을 위한 사회 경험, 자격증 취득, 진로 고민 등과 같은 학업과 진로에 관련된 문제로만 휴학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최연주(24, 부산시 동래구) 씨는 “나의 경우 휴학했던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학업에 몰두하느라 개인 시간이 없었고, 그렇게 되니 몸이 안 좋아지면서 그냥 쉬고 싶었을 뿐이었다”면서 휴학 이후 다소 안정감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휴학을
휴학을 아직 경험하지 못한 대학생들 역시 휴학을 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대학생 김민지(22, 부산시 사상구) 씨는 휴학하고 싶은 이유로 해외여행을 들었다. 그는 “솔직히 대학 생활하면서 해외여행을 가는 건 무리다. 한다고 해도 온전히 여행만을 즐길 수가 없다”면서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친구들과 다소 여유있게 해외여행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내년에 휴학 예정인 대학생 조봉선(22, 경남 창원시) 씨는 “학업에 지친 것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진로를 찾는 것이다. 충분히 쉬다보면 새로운 진로가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백지연(2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전공에 대한 고민 때문에 휴학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 공부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휴학 후에 진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싶다. 내 적성이 무엇인지 찾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휴학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휴학을 결정한 대학생을 둔 부모님의 반응은 어떠할까? 이상은 씨는 “휴학한다고 하니, 처음에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계속 믿음을 주고 설득을 하니까 결국에는 허락을 했다”고 전했다. 최연주 씨는 “학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휴학하겠다고 하니까, 부모님은 당황해 하셨다. 하지만 내가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고는 그냥 허락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자녀를 둔 주부 최순옥(48, 부산시 사상구) 씨는 “처음에는 딸이 휴학하겠다고 할 때 무슨 휴학이냐면서 반대했었는데, 나중에 주변에서 보통 3학년 끝난 뒤에 휴학하는 대학생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뜻대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휴학을 경험한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다른 동료에게 휴학의 긍정적인 측면을 보라고 얘기한다. 이들은 "휴학이 필수는 아니지만, 한 번 정도는 해도 괜찮은 것 같다. 다만, 목적이 있는 휴학, 충전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