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지금 혼란 그 자체"... 보건교사 국민청원 올려
“학교 방역 매뉴얼 허술, 인력지원도 없어... 등교 개학 취소해달라” 네티즌들, “원래 양호 교사의 일" "응원과 지지 필요한 때" 반응 갈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개학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등학교의 한 보건교사가 등교 개학을 취소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자신을 고등학교 보건교사라고 밝힌 청원인 A 씨는 지난 21일 ‘누굴 위한 등교 개학인가’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22일 오후 3시 기준 7만 2000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
A 씨는 청원 글을 통해 현재 학교는 혼란 그 자체지만 그동안 교사들은 교육부와 교육청의 지시에 따라왔다고 밝혔다. A 씨는 “2월부터 계속된 매뉴얼 변경·학사일정 변경 등으로 학교는 무엇 하나 손댈 수 없었고, 그럼에도 교사들은 묵묵히 학교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보건교사가 받고 있는 고통도 함께 설명했다. 그는 “보건교사들은 학교 하나를 책임지는 방역·감염병 책임자로 홀로 학교 매뉴얼을 짜고 물품을 시키고 정리하며 발열체크 방법과 소독 방법, 체온계 구입 등의 문제로 싸우고 있다”며 “그런데도 인력 지원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이제는 정말 참기 힘들다. 자가진단 제출을 통해 학생 상태를 파악한다고 하는데 애들은 절대 안한다”며 “담임교사들이 애걸복걸 반협박까지 해야 겨우 98% 응답한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학교에는 정확한 매뉴얼이 하나도 없다. 예상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매뉴얼도 없으면서 자꾸 학교 재량에 맡기면 학교에서 모든 책임을 떠안으라는 건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오늘 고3 학생들이 등교 개학을 하자마자 모든 선생님들이 ‘방역은 물 건너갔다. 전국 1, 2, 3등으로 확진자 발생만 하지 말자’하는 분위기다. 한 학년 발열 체크를 하는데도 거리두기가 전혀 안 됐고, 거의 모든 교사들이 나와서 학생들을 지도했지만 45분이 걸렸다”며 “이런 상황을 당국은 알고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또 “학생들은 쉬는 시간엔 팔짱끼고 마스크 벗고 껴안고 난리다. 오늘 딱 하루 딱 한 학년이 왔는데도 전혀 통제가 안 되고 학교가 난장판이다”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A 씨는 “제발 등교 개학만 하려고 하지 말고 예산은 얼마나 필요하고 인력은 얼마나 필요한지, 매뉴얼은 얼마나 세세한지, 공간 확보가 되는지 등 모든 것을 학교에 직접 나와서 보고 결정해 달라”며 “등교 개학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같은 청원에 대해 한 네티즌은 언론기사에 댓글을 달아 “옆집 사는 고등학교 교사가 아침에 과로사로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 갔다. 생각해보면 자기 자식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든데 남의 자식인 10대들을 30~40명씩 매일 케어해야 하는 것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은 “그것이 원래 양호 선생님의 일이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그 역할이 중요하게 된 것”이라며 “양호 본업의 일을 해야 한다”는 글을 달았다.
다른 네티즌도 “보건교사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한가하게 지낸 것이 사실이 아닌가”라며 보건교사의 이해를 바라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이를 반박하며 “댓글에 보건 교사가 마치 놀고 있다는 식의 글이 있다. 보건교사도 수업을 하고 과거와 달리 해야할 업무가 많다”며 “못하겠으면 나가라는 식의 말이 아니라 응원과 지지가 보내줘야 한다"고 부탁했다.
현재 학교는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개학한 상태다. 교육부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등교 수업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