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소비’ 양극화... 2030 “빠르게 적응”, 5060 “여전히 불편”
코로나19 따른 소비패턴 변화...세대간 인식 차이 보여 키오스크, 식당 자판기 등 인기...“사회도 함께 변해 가야”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언택트 소비가 주목받고 있다. 배달음식부터 생활필수품, 심지어 카드 사용도 언택트 흐름을 따라가는 추세다. 언택트 소비가 늘어갈수록 드러나는 문제점도 많지만 이미 언택트 소비는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었다. 언택트 소비, 계속 사용할지 새로운 소비패턴을 구축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다. 즉 언택트 소비는 소비자와 직원이 만날 필요가 없는 소비패턴을 말한다. 언택트 소비는 우리 실생활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가장 흔한 언택트 소비의 형태는 키오스크나 식권 자판기 등을 통한 서비스다. 최근 음식점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더욱 활성화됐다. 또한, 금융사의 간편결제 앱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기존에 은행을 방문해야 발급받을 수 있던 카드가 이제는 모바일을 통해 간단히 발급할 수 있다.
언택트 소비가 각광받는 이유는 20·30세대의 성향에서 발견할 수 있다. 20·30세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스마트폰 화면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 면대면으로 대화하는 것보다 혼자서 디스플레이를 통하는 것을 편하게 느낀다. 소비패턴이 점차 언택트로 변해간 것이다. 또한, 디스플레이를 활용하거나 온라인 시장을 키워가면서 나타난 인건비 절감 효과도 언택트의 성장에 이바지했다. 이렇듯 현대인과 제공자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면서 언택트 시장은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언택트 시장이 커지면서 대학생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큰바람이 불었다. 이전까지 언택트 소비라고 하면 그저 오프라인으로 구매하기 어려운 것을 사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제는 소비 대부분을 언택트에 의지하고 있다. 대학생 강비취(22, 부산시 북구) 씨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이전에는 키오스크 사용이 낯설어 언택트 소비가 썩 반갑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언택트 소비에 익숙해지니 이제는 면대면으로 주문하는 식당보다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식당을 더 이용하게 된다”며 대학생들의 달라진 소비패턴을 설명했다.
하지만 밝은 면 뒤엔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 법이다. 장노년층은 점차 커지는 언택트 시대의 속도에 뒤처지고 있다. 언택트 소비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활동이 면대 면이 아닌 디지털 상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언택트 시대가 다가오는 것은 장노년층에게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최정홍(72, 부산시 연제구) 씨는 요즘 밖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최 씨는 “요새 가게에는 기계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키오스크의 상용화는 스마트폰 사용도 어려운 노년층을 배려하지 않는 발전”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고용주와 피고용자의 딜레마도 깊어지고 있다. 고용주로서는 언택트 기술을 상용화하여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이는 반대로 피고용자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언택트 소비가 늘어나면서 피고용자가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강비취 씨는 최근 키오스크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 강 씨는 “일하던 PC방이 코로나로 인해 장사가 잘 안됐는데, 사장님이 인건비를 줄이려고 키오스크를 새로 설치하고 나 포함 3명을 잘랐다”며 “이후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해보려고 해도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더욱 증가하면서 발생한 문제도 있다. 최근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언택트 소비의 허점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쿠팡 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말부터 이달 1일까지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 확진자는 총 112명이다. 최근 코로나 19의 여파로 온라인을 통한 상품 구매가 늘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배송 경쟁이 불붙었다. 특히 쿠팡은 ‘새벽배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구매자가 하루빨리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결국 독이 돼 돌아왔다. 늘어난 물류로 인해 바빠진 일용직 노동자들은 코로나 19 감염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물류센터 관리자 또한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는 결국 언택트 소비가 불러온 사회의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언택트 소비의 확산을 줄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택트 소비의 개선방안은 없을까? 먼저 많은 사회복지관에서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스마트폰 교육과 같이 키오스크 교육을 하는 것이다. 주부 최진화(52, 부산시 북구) 씨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장노년층을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 씨는 “이제 대부분 은행 업무도 온라인 뱅킹으로 이뤄지지만, 온라인 뱅킹은 너무 어려워서 직접 은행에 찾아가는 편이 편하다. 50대인 나도 어려운데 노인들은 시도조차 못 할 것이다. 지금 같은 시국에는 면대면 업무도 어려우니 하루빨리 노년층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일정 비율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키오스크의 상용화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생 박수빈(22 부산시 북구) 씨는 “코로나가 끝나도 언택트 소비는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 이에 대비해 정부가 일자리에 관한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택트 소비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대세가 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빠르게 상용화된 것도 사실이다. 언택트 시대가 완벽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를 피할 수 없다면 슬기롭게 맞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비취 씨는 "언택트 소비에만 집중하는 소비 패턴은 결코 옳지 않다”며 “언택트 소비를 보완하는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