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21년' 역사 속으로...'개그의 미래' 누가 만드나

21년 만에 ‘KBS 개그콘서트’ 종영··· 추억의 무대 선보여 역대 최고 시청률 32.3%... 새로운 개그 위한 고민 필요

2020-06-29     취재기자 조재민
21년

21년간 일요일 밤 시간대 온 가족의 웃음을 책임진 KBS 2TV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 26일 눈물과 아쉬움 속에서 막을 내렸다.

26일 방송된 개콘에서는 마지막 회답게 개콘 전성기에 출연했던 내로라는 개그맨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프로그램 종영을 오히려 개그 소재로 활용하는 등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종영을 죽음에 빗댄 장례식장 상황극 '마지막 새 코너'에선 김대희, 신봉선, 박성호, 김원효, 박성광 등 반가운 얼굴들이 나와 과거의 유행어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추억샘을 자극했다.

개그맨

코로나19 여파로, 마지막 방송임에도 예전같은 객석의 떠들썩한 환호는 없었다. 대신 영상 편지 등으로 시청자와 소통했다. 일일 시청률 26.2%를 기록했던 '시청률의 제왕' 등 과거 인기 코너들이 현재 버전으로 재탄생될 때는 개콘의 영광을 다시 보는 듯했다. 

허경환은 7년 만에 '네 가지'를 선보이며 “잊으면 아니 아니 아니 되오”, “이 모든 게 언밸란스” 등의 유행어들을 날려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앙돼여~!”란 유행어로 한때 국민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끝사랑’도 이날 선보였다.

프로그램이 끝날 시점, 개그맨들은 눈물을 보이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박준형은 시원섭섭한 표정으로 무를 채써는 듯한 '갈갈이 쇼'를 보여줬다. 졸업식으로 꾸며진 마지막 코너 '봉숭아 학당'에서는 이태선 밴드(개콘 밴드)가 깜짝 등장했다. 익숙한 멜로디에 실려 엔딩곡이 연주되자 코미디언들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태선

개콘은 1999년 대학로에서 공연되던 스탠드 업 코미디를 TV 프로그램으로 옮겨와 1999년 9월 4일 처음 방송됐다. 개콘은 2003년 8월, 역대 예능 최고 시청률인 35.3%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콘의 마지막 코너인 ‘봉숭아학당’이 끝나고 밴드가 연주하는 엔딩곡이 흘러나오면 다음날이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일명 ‘월요병’이 도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추세에서도 개콘은 굳건히 명맥을 이어 왔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의 추세는 ‘관찰 예능’,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넘어갔다. 개콘은 결국 무리한 ‘정치 풍자 개그’와 철 지난 개그 코드, 프로그램 포맷의 반복으로 결국 위기를 넘기지 못한 채 1050회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편 TV 프로그램 시청률 조사 회사 TNMS가 전국 시청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1월부터 개콘이 막을 내린 1050회까지 개콘의 최고 시청률은 32.3%(2003년 8월 31일 방송)였고, 최저 시청률은 2.5%(2020년 6월 19일 방송)로 집계되었다.

첫 방송 이후 개콘은 시청률 30%대를 6번, 20%대는 312번이나 돌파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3년 3월 3일 방송에서 20.4%의 시청률을 마지막으로 기록한 이후 더 이상 20%대 시청률을 유지하지 못한 채 10%대로 하락했다. 이후 개콘은 2019년 5월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10%대 지지선도 무너지면서 시청률이 더 하락하며 끝내 5%대 시청률을 넘기기 어려운 고전을 이어나갔다.

이날 마지막 방송은 직전 주보다 다소 상승한 시청률 3.3%를 기록했다. TNMS는 “개콘 마지막 방송은 50대가 가장 많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이들은 개콘 초기 30대가 가장 많이 시청한 데이터와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개콘은 이제 사라졌지만, 국민들을 울리고 웃기는 개그 프로그램은 사라져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2의 개콘, 아니 제3의 국민 개그 프로그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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