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빚은 대학가 풍속도...대학생·상인, 월세 부담에 울고, 건물주들 마음도 무거워
대학생은 지난 1학기 내내 빈 자취방 월세 부담 상인들은 매출 반토막에 월세 내느라 등골 휘청 건물주도 월세 안 받을 형편 안 되니 마음 아프기는 마찬가지
코로나 사태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자, 원룸이나 상가 월세 부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늘 사람들로 북적이던 대학가의 상가와 원룸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의 한 대학가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 중인 신 모(57) 씨는 “평소 손님들의 대부분이 대학생들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강의가 결정되고 대학가에 사람이 많이 줄자, 이번 학기 내내 매출이 바닥을 쳐서 월세 낼 걱정 뿐”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대학가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들다 보니 카페, 밥집, 원룸 등이 밀집돼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코로나 사태가 불러온 영향은 매우 강력했고, 자취하는 대학생 학부모나 대학생, 건물주, 자영업자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월세에 대한 고충을 겪고 있다.
고향을 떠나 자취하는 대학생 학부모들은 자녀의 자취방 월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녀가 외지에서 대학에 다니는 이장희(55, 울산시 남구) 씨는 비대면 수업으로 자녀가 고향에 머물면서도 언제 대면 수업을 할지 몰라 이번 학기 내내 무의미하게 자녀의 자취방 월세를 부담했다고 한다. 이 씨는 “결국 1학기는 비대면 수업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제 방학이 되어서 방을 뺄까도 고민했지만, 2학기에 대면 수업이 진행되면 또 방을 새로 구해야 하니까, 방을 뺄 수도 없다. 만약 방을 뺐다가 2학기에 대면 수업이 진행되면 그때 다시 방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어 있는 자취방 월세를 학기 내내 부모가 부담해 준 대학생들도 마냥 마음이 편할 리는 없다. 박소현(21, 부산시 남구) 씨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강의 실시 후부터 본가인 울산에서 지내며 부모의 월세 부담에 대한 눈치를 보고 있다. 박 씨는 “자취방에서 지내지도 않는데 부모님께서 월세를 전부 부담을 하는 게 눈치 보인다. 그래서 나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세를 조금 보탰다. 내가 직접 벌어 월세를 내보니, 이만저만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아무 걱정 없을 것 같은 건물주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은 있다. 부산의 한 대학가 건물주 고 모(63) 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남모를 고충이 생겼다. 고 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주는 월세를 받으니까 별 걱정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나도 말 못 할 어려움이 있다. 나도 받은 월세로 생활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어느 정도 감면은 해주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받을 수는 없었다. 받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